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김모씨(35·여성)는 ‘현금없는 버스’를 시범 운행 중인 150번 버스를 주로 탄다. 김씨는 간혹 현금만 갖고 탔다가 당황해서 내리는 승객들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김씨는 “계좌이체를 하면 된다고 기사님이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이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승객들도 있다”며 “특히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어쩔 줄 몰라 많이 당황하신다”고 했다.
현재 18개 노선으로 운영 중인 ‘현금 없는 버스’ 노선이 다음 달 1일부터 108개로 늘어난다. 서울 시내버스 현금 이용 승객 비율이 1% 미만으로 줄고, 현금함 운영에 따른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서울시는 설명한다. 주로 현금을 사용하거나 디지털화에 취약한 승객들은 적지 않은 불편이 예상된다.
지난 24일 며칠 뒤 ‘현금없는 버스’가 될 7720번을 1시간30분 동안 탑승해 승객들 상황을 지켜봤다. 버스 앞머리에는 ‘3·1부터 현금없는 버스’라고 적힌 현수막이 앞면에 붙어있다. 버스 안 현금통에도 ‘3월1일부터 현금없는 버스를 시행할 예정이니 교통카드를 미리 준비해달라’는 문구와 ‘차량 내 QR코드로 모바일 교통카드 발급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버스에서 승객들은 아직 현금통이 남아있음에도 교통카드나 휴대폰 단말기를 이용해 버스를 타는 모습이었다. 교통카드에 잔액이 부족한 20대 승객도 있었지만, 버스기사에게 “잠시만 충전 좀 하고 교통카드를 찍겠다”고 말한 뒤 1분 만에 휴대폰으로 금액을 충전해 승차 단말기에 카드를 대기도 했다.
현금 사용이 익숙하거나 디지털로부터 소외된 계층은 현금없는 버스 이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스 탑승 후에 지체없이 다른 결제 수단을 찾거나 모바일로 충전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천명섭씨(85·남자)는 “현금을 받지 않으니까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은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정모씨(86·남성) 역시 “지자체에서 교통카드가 나와 카드 사용에는 익숙하지만, 버스를 탔다가 카드 잔액도 없고 현금도 고액권밖에 없을 땐 당황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버스 이용을 줄이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김모씨(80·여성)는 “현금을 아예 못 내는 버스도 있어서 요즘엔 잘 안 타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씨 역시 “현금을 낼 수 있는 선택권이 없어지니까 버스 타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버스기사들은 ‘현금없는 버스’ 확대 정책에 대체로 우호적 반응을 보였지만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기사들도 어느 정도 불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장에서 승객 응대와 카드 사용 고지는 버스 기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버스 기사 안모씨(63)는 “현금 쓰는 승객들이 많이 없어 정책의 방향성은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현금만 소지한 승객들에게는 계좌이체를 할 수 있도록 안내문을 주라는 방침이 나왔는데 이것도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승객들에겐 번거로움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기사 한모씨(52) 역시 “매번 출퇴근 시간에 들고 다녀야 하는 현금함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현금없는 버스는 찬성하지만, 제도 정착 때까지는 기사들이 고생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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