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사진=뉴스1 |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매우 부당하다는 점을 총의로 분명히 확인했다.”
지난 2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직후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관련 당론 채택 여부는 논의조차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 판단했다”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굳이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아도 부결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회의가 예상과 달리 간단하게 마무리된 배경에는 설훈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있었다. 이른바 ‘비이재명계'(비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설훈 의원은 자유발언을 자처하고 나서 “모두가 이견 없이 확실히 부결시키자”고 호소했다. 전재수 의원에 이은 두 번째 발언으로, 설 의원 이후로는 추가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사법리스크를 언급하며 이 대표 출마를 반대했던 설 의원은 왜 이런 주장을 했을까. 설 의원으로 대표되는 비명계의 속내는 과연 어떨까.
‘부결’ 우세하지만…진짜 총의?
민주당 내에서는 오는 27일 본회의에선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다만 섣불리 확신하긴 어렵단 얘기도 나온다. 각각의 의원이 던질 부결표의 속뜻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총의라고는 하지만 각각의 전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총의가 모였다는데 사실 총의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설훈 의원은 ‘우리가 부결시키면 (이 대표가)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고, 전재수 의원은 ‘(구속) 요건이 안 되니까 부결시키자’는 뉘앙스였다”며 “같은 부결이라도 셈법이 서로 다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비명계도 부결을 주장하지만 그 사이에도 다양한 입장들이 있다는 설명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부결을 시키되 당대표에게 결단을 요구하자는 그룹이 하나 있다”며 “어떤 그룹은 검찰 영장이 이렇게 허접하니 법원이 기각할 거다. 표결하지 말고 먼저 (영장실질심사에) 나가라는 그룹이 또 있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어 “확고한 친명계 의원 말고는 속내가 복잡하다”며 “이 대표 체제에서 방탄 프레임에 갇혀 꼼짝달싹 못 하고 발버둥 칠수록 빠져드는 개미지옥 같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비명계 의원은 “전체적으로 (비명계) 입장을 파악할 입장에 있지는 않다”면서도 “(저는) 검찰 수사의 그릇된 행태라든가, 오남용이라든가, 별건 수사를 남발하고 있다든가 등 이유로 부결표를 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은 “최근 검찰이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면서 “검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당내에 확산하고 있는 점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고 있다./사진=뉴스1 |
부결 이후가 문제
민주당은 관심은 오히려 표결 이후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총의대로 부결이 이뤄진 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압박 또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으라는 목소리가 어느 정도로 커질지, 표면 위로 드러날지가 관건이다.
현재까지는 이 대표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검찰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과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높다는 점이 근거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수사가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란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높다”며 “개인 이득을 취하는 등 과거에 있었던 방탄 국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이 대표 체제 이후의 대안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사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소위 말해서 대표직을 내려놓으라고 얘기하려면 대안이 필요하다”며 “비명계가 뾰족한 대안이나 답변을 내놓는 게 없는 상황”이라 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전 대표 등이 거론되지만 (미국에서) 돌아와서 현실적으로 힘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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