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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경차만 팔려요”…성수기 코앞인데 중고차 딜러 ‘한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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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율현동에 위치한 강남자동차매매단지의 전시장 1층 내부. 손님도 딜러도 없이 한산하다/사진=양윤우 기자
23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율현동에 위치한 강남자동차매매단지의 전시장 1층 내부. 손님도 딜러도 없이 한산하다/사진=양윤우 기자

23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율현동에 위치한 강남자동차매매단지의 전시장 1층 내부. 중고차 시장의 연중 최대 성수기인 3월을 일주일 앞둔 이곳은 한산했다. 고객과 상담하거나 손을 흔들며 모객하는 중고차 딜러(중개사업자)가 보이지 않았다. 차들로 빠짐없이 채워져 있어야 할 주차 공간은 군데군데 비어있었다. 전시장에 머문 3시간 동안 차를 보러 온 손님은 단 1명도 없었다. 광고 현수막이 없었다면 주차장인지 전시장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

10년 차 중고차 딜러 A씨는 “지난해에는 도떼기 시장처럼 손님과 딜러로 바글바글했다”며 “지금은 손님이 아예 없어서 입에 풀칠만 하며 지낸다. 지난해 한달에 10대 정도 팔았지만 요즘은 1~2대 판다”고 토로했다.

7년차 중고차 딜러 B씨도 “현금이 없어서 캐피탈에서 대출받아 차를 매입하면 19%의 이자를 내야한다”며 1000만원짜리 중고차를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1대당 200만원 가까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30% 정도 줄었다”며 “고물가·고금리 때문에 사람들이 차를 안 산다. 지난 7년간 지금이 가장 어렵다”고 호소했다.

고금리 여파는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 시장도 얼어붙게 했다. 소비자들은 높은 금리의 할부 이자를 감당해야 하기에 차량 구매를 포기하고 있다. 딜러들도 중고차를 매입하기 위한 대출을 받는 데 부담이 커져 매입을 멈췄다.

15년 동안 이런 위기는 없었다…전시장에 차 없는 업체는 오히려 다행

1월 11일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중고차 매물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고금리에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경색에 중고차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진=뉴스1
1월 11일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중고차 매물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고금리에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경색에 중고차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중고차 거래량은 지난해 3월 34만1000대를 기록했다. 이어 6월 32만4000대, 9월 31만대, 12월 28만6000대로 10개월 동안 약 16% 감소했다. 연중 최저치다. 반면 중고차 재고량은 폭등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중고차 재고(딜러 매입 대수-판매 대수)는 14만9700대로 6만3800대였던 2021년에 비해 135% 상승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진영민중고차’를 운영하는 중고차 딜러 진영민씨는 “15년 동안 이런 위기는 없었다. 대부분의 딜러들이 더는 차량을 매입하지 않고 정리되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옷 가게는 조금 손해보고 폐업 정리할 수 있지만 자동차의 경우 한 대에 2000만원 주고 사왔는데 그걸 대폭 깎아서 팔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강남자동차매매단지에서 중고차 매매업체를 운영하는 B대표는 “요즘에는 전시장에 차가 비어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된다”며 “매매업체의 현금이 차량에 안 묶여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매물을 팔아 현금보유량을 늘리면서 리스크를 조절했다”며 “지난해 중고차 가격이 한창 올라갈 때 차량을 매입했던 업체들은 지금 손실을 겪고 있다. 시장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지만 일시적으로 안 좋긴 하다”라고 설명했다.

2배 뛴 대출 이자에 업체도 딜러도 울상

B대표는 “양재동 오토갤러리는 박살 났다”고 말했다. B대표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수입 슈퍼카들의 80~90%가 법인 리스로 구매된 것”이라며 “금리가 치솟으면서 리스 비용이 엄청나게 뛰었다. 슈퍼카는 대출 단위가 크니까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이자 납입금이 엄청나게 커진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딜러와 중고차 매매상사는 여신사(캐피탈사)로부터 ‘중고차 재고 금융’으로 불리는 자금을 융통해 차량을 매입한다. 차량구매대출이라고도 불린다. 재고 금융은 캐피털사가 차량 구매 용도에 한에서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단기적으로 제공하는 대출이다. 재고 금융이 80% 수준이면 업자는 3000만원짜리 중고차에 대해 24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딜러 A씨가 여신사에 내야 하는 이자는 6개월 만에 2배 올랐다. A씨는 지난해 월 0.5%의 이자를 냈다. 올해는 1%의 이자를 내고 있다. 높은 이자가 부담되는 그는 가격이 높은 수입차는 매입하지 않고 있다. A씨는 “가격이 저렴한 경차 또는 아반떼만 팔린다. 수입차는 안 팔린다”며 “특히 포르쉐의 디젤 차량의 경우 시세보다 1000만원 이상 내려도 아무도 관심을 안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중고차 금융 취급회사 21곳 중 14곳이 지난해 9월~11월 기준 연 10~12% 금리를 적용했다. 지난해 상반기 연 6~7% 수준에서 6개월 만에 2배 치솟은 것이다.

머니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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