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넘게 돌려받지 못하던 빚 593만원을 채무자 결혼식장에 찾아가 받아낸 채권자의 사연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결혼식·장례식 등에서 공개적으로 빚 독촉을 하는 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불법행위다. 하지만 채권자의 현명한 대처로 수백만 원의 채권을 회수할 수 있었다.
지난 18~19일 온라인 커뮤니티 ‘개드립넷’에는 이틀에 걸쳐 결혼식장에서 못 받은 빚을 받는 방법과 후기에 대한 글이 차례로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상세한 정황 설명과 함께 결혼식장에 찾아간 사진과 본인 사진 등을 올리며 사연의 신빙성을 높였다.
A 씨는 B 씨가 식자재 외상납품대금 593만원 지급을 6개월간 미루다가 식당을 폐업했다고 밝혔다. B 씨는 A 씨에게 매장 보증금을 건물주로부터 받는 대로 입금하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593만원을 이달 중으로 회수하지 못하면 글쓴이가 촉탁 계약한 물류회사에서 자신의 돈으로 먼저 입금 처리한 뒤 B 씨에게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A 씨는 B 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에서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곧장 B 씨에게 연락한 A 씨는 “예식비 정산하고 축의금으로 해결해달라고 말했다.
A 씨는 “결혼식장에서 돈 얘기 한마디 안 하고 예식비 정산하는 사무실 앞에 서 있을 테니 그날 (채무 관계를) 끝내자”고 말했다. 이에 B 씨는 “알겠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혼인·장례 등에서 빚 독촉 불법
여기서 문제는 결혼식·장례식 등에서 빚 독촉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 제12조 제1호에 따르면 혼인·장례 등 채무자가 채권추심에 응하기 곤란한 사정을 이용해 채무자 또는 관계인에게 채권 추심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행위를 할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이 같은 내용을 뒤늦게 알게 된 A 씨는 법률상담을 통해 대응 방법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
변호사는 A 씨에게 사전에 축의금으로 채무를 변제하기로 상호 합의했다는 증거(녹취·문자)가 있고, 결혼식장에서 제삼자에게 B 씨가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문제 될 것 없다고 알려줬다.
B 씨의 결혼식 당일 A 씨는 자차와 자비를 들여 결혼식장에 찾아갔다. A 씨가 쓴 글에 따르면 결혼식장까지 시간은 6시간 소요됐으며, 거리는 350km, 비용은 기름값 포함 5만원가량이다.
A 씨는 ‘B 씨의 친구들이 각목을 들고 기다리는 건 아닐까’ 등 상상도 했지만, 다행히 B 씨는 583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글쓴이가 10만원 모자란다고 지적하자 5만원짜리 두 장을 꺼내 변제했다.
빚을 돌려받기 위한 A 씨의 노력에 누리꾼들도 호응했다. 한 누리꾼은 “B 씨가 사과 한마디도 없는 게 그렇지만 그래도 탈 없이 끝나 다행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남의 돈도 안 갚고 결혼하다니” “채무자가 상전인 세상” “골치 썩던 거 해결돼서 속 시원하겠다” 등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이자는 받을 생각을 안 했는지 묻는 말에 A 씨는 “B 씨가 금융 쪽 장기연체라 파산·회생하면 답이 없다”며 “내가 실비를 손해 보더라도 원금을 빨리 회수하는 게 낫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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