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서울 시내에서 액상 전자담배를 피우는 시민. /뉴스1 |
#. 광화문 직장인 박모씨(31)는 지난달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 이후 사무실로 출근한다. 박씨는 “복귀 후 전자담배 피우는 상사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며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환기도 안 돼 하루종일 냄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실내 흡연자가 늘고 있다. 특히 일반담배(궐련)보다 냄새가 덜한 전자담배를 식당이나 사무실, 택시 등 실내에서 피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흡연자들은 전자담배도 간접흡연이라 피해가 크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단속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 홍보팀 3년차인 신모씨(32)는 “업무 특성상 방이 있는 식당에서 거래처 사람을 만날 때가 많은데 대충 환풍기 켜고 방 안에서 전자담배를 피우겠다는 사람을 말릴 수 없다”며 “형식적으로 양해 구하는 말은 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위치라 일종의 권력형 갑질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6년차 직장인 강모씨(31)도 “연초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머니에 전자담배를 넣고 사무실에서 몰래 피우는 사람이 있어 경고성 공지가 올라온 적 있다”며 “누군지 알고선 찝찝해서 그 사람 있는 쪽으로 지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밀폐된 공간인 택시에서도 담배로 인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서 한 남성이 택시 안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한다며 택시기사를 폭행해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7년째 서울에서 택시를 운행 중인 노선웅씨(63)는 “밤에 술 마시고 탄 승객 중에는 전자담배뿐 아니라 일반 담배를 피우겠다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며 “술 마신 사람 상대로 싸우기 싫어 그냥 피우라고 한다”고 말했다.
일반 담배보다 냄새는 덜하지만 전자담배 간접흡연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연세대에 의뢰해 진행한 ‘간접흡연 실외노출평가 연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보다 초미세먼지를 12배 더 많이 배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동차 매연처럼 불완전 연소로 생기는 ‘블랙 카본’도 발생했다. 질병청은 “궐련에 비해 상대적으로 냄새 자극(악취)이 덜한 전자담배에서도 블랙 카본 등 유해물질 배출이 확인됐다”며 “간접흡연 피해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여기에서 담배는 연초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으로 규정된다. 이에 따라 연초 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된 니코틴이 사용된 액상형 전자담배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건강증진법상 담배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이 있는데 기획재정부 소관 담배사업법에서 정의하는 담배인지가 단속 기준이 된다”며 “전자담배 중 궐련형은 단속 대상이지만 액상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담배 범위를 넓히는 법률 개정안은 2020년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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