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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실수, 소방관의 눈썰미…’뭉텅이 마약’ 딱 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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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수천만원어치 마약을 숨겼던 30대가 결국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실수로 집에 불을 낸 고양이, 눈썰미 좋은 소방관의 합작품이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노호성)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된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 매수·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지난 16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인천 남동구에서 접촉한 마약류 판매상에게 4000만원을 주고 케타민 850.28g을 사들인 뒤 이를 친구 B씨에게 맡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마취제의 일종인 케타민은 과거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성범죄 등에 악용돼 ‘클럽 마약’ 또는 ‘버닝썬 마약’이라고도 불린다. 저렴하고 투약이 간편해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B씨는 케타민 봉지를 자택인 서울 역삼동의 한 빌라에 보관했지만, 지난해 8월9일 B씨의 집에 불이 나면서 모든 행각이 들통났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B씨가 기르던 고양이가 하이라이트 방식 전기레인지의 가열 버튼을 눌렀고, 그 위에 쌓여있던 종이 택배 상자에 불이 붙었다.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 후 B씨의 집을 조사하다 흰색 가루가 묻은 봉투와 빨대를 발견했다. 이에 현장에 함께 있던 경찰관에게 알렸고, 경찰은 곧바로 현장을 수색해 숨겨진 케타민을 찾아냈다.

A씨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위법한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가 수집됐다’고 변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의 지인들이 화재 조사 도중 현장에 진입하려고 한 정황 등을 종합하면 긴급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마약류 불법 거래액이 5000만원을 넘기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명시된 가중 처벌 조항이 적용된다. 검찰은 자체 파악·공시하는 암거래 시세를 기준으로 A씨가 취득한 케타민의 시가를 5527만여원으로 산정했다. 변호인은 A씨의 구매 가격을 들어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객관적인 국내 암거래 시세”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량범에 해당해 죄책이 무거우므로 상응하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케타민이 전량 압수돼 유통되지 않은 점 △잘못을 인정·반성하는 점 △개선·교화를 기대할 수 있는 젊은 나이인 점 등은 A씨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소방서 관계자는 “하이라이트 방식 전기레인지의 경우 열선 코일이 있어 인덕션 방식과 달리 전용 용기가 올려져 있지 않더라도 물체를 가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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