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택시 내부에 지난 1일부터 인상된 택시요금이 안내돼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 |
“원래 직장에서 집까지 택시를 타면 2만원대 중반 정도면 갔는데 지난주에 3만7100원이 나왔어요. 부산 출신 동료에게 말하니 그 돈에 조금 보태면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간다고 말해 웃기고도 슬펐죠.”(직장인 최지형씨)
서울 직장인들에게 때아닌 ‘통금’이 생겼다. 이달 초 택시요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끊기기 전 귀가하는 게 직장인들의 지상과제가 됐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지난 1일 오전 4시부터 1000원(26%) 올라 4800원이 됐다. 여기에 기본거리는 줄고 거리당 요금은 늘면서 요금 미터기가 오르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직장인들 삶에 큰 변화가 생겼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의무 착용 등 코로나19(COVID-19) 규제가 완화해 2차, 3차 회식이 재개되던 차에 택시비 심야할증에 부딪힌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심야할증 시각은 자정에서 오후 10시로 2시간 앞당겨졌다. 이달부터는 오후 11시부터 익일 오전 2시까지 할증률이 기존 20%에서 40%로 상향 조정됐다. 이 시간대 중형택시를 타면 기본요금만 6700원이다.
서울 광화문 직장인 강민지씨(32)는 “택시비가 오르고 무조건 지하철 막차를 사수하면서 ‘택시 통금’이 생겼다”며 “새벽 3시쯤 광화문에서 부천까지 가면 이전에는 2만8000원이 나왔는데 이제 4만6000원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일하는 최지형씨(28)는 “회식하면 다들 할증이 붙기 전인 밤 10시 전에는 집에 가자고 얘기한다”며 “지하철 막차 시간을 체크하며 다니는 건 대학교 졸업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직장인 이모씨(39)는 “예전에는 집에서 앱으로 택시를 부르고 슬슬 나가도 여유로웠는데 요샌 택시가 곧바로 잡혀 기사한테 독촉 전화가 온다”며 “가끔 회식하고 집에 갈 때 보면 예전보다 지하철과 버스에 사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택시비 인상에 번화가 상인들도 울상이다. 직장인들이 빠른 귀가를 택하면서 식당, 술집 등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종로구 한 호프집 사장 오모씨(61)는 “호프집은 거의 2차로 오는데 택시 할증 시간이 빨라지면서 저녁 7시반 쯤 와서 금방 먹고 밤 10~11시면 손님들이 다 빠진다”며 “예전에는 밤 12시 넘어서도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엔 새벽 1시면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종각에서 24년째 곱창집을 운영하는 고모씨(57)는 “코로나19로 회식 문화가 바뀌어 늦게까지 안하는 데다 택시비도 술값도 많이 올라 다들 빨리 가려 한다”며 “코로나 때 너무 힘들었고 이제 긴 터널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금이 올랐다고 해서 택시기사들이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승객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한 탓에 수입이 이전보다 줄었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35년째 서울에서 택시를 운행 중인 오재호씨(63)는 “요즘은 계속 돌아다녀도 승객을 만나기가 어려워 오늘은 지친 마음에 그냥 백화점 앞에 서 있었다”며 “이제 승객이 한 번 타면 7000원 정도는 쉽게 나오지만 하루 총 수입은 3만원에서 3만5000원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50대 개인택시 기사 김모씨는 “택시비가 올라 수입도 늘었을거라 생각하는데 오히려 줄었다”며 “밤이든 낮이든 택시를 잘 안 타려고 해서 손님이 50% 정도 줄었고 부족한 수입을 채우려 야간에 일을 더 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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