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몰래 소를 도축하려던 무슬림 남성 2명이 ‘소 자경단’의 공격을 받고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19일(현지시간) NDTV 등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15일 밤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 누 지역에서 벌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피살된 무슬림 남성들은 인근 라자스탄주 출신으로, 이들은 소를 몰래 반출해 도축하려 했다. 이에 하리아나주 자경단원 4~5명은 무슬림 남성들을 납치해 폭행했고, 폭행당한 이들은 다음날인 16일 오전 차 안에서 불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택시 기사인 용의자 1명을 체포한 데 이어 다른 용의자들을 추적 중이다.
인도 인구의 약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은 암소를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여기며 신성시한다. 특히 2014년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출범한 다음부터 극단적으로 소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이에 이번 사건이 발생한 하리아나주 외에도 델리주, 우타르프라데시주, 라자스탄주 등 북부와 서부의 일부 주에서는 소의 도축이 완전히 금지됐다. 이들 지역에서 소를 주 경계 밖으로 옮기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도축 감시’ 명목으로 ‘소 자경단’ 만들어 폭력 저질러
일부 보수 힌두교도들은 소 도축 등을 감시한다는 이유로 ‘소 자경단’을 만들어 각종 폭력까지 저지르고 있다. 지난해 5월에도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세오니 지역에서 몰래 소를 도살해 밀매한 토착 부족민 남성 2명이 다른 남성 약 20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끝에 숨진 일이 있었다.
또 2018년 12월에는 극우 힌두교도들이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소 도살과 관련해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경찰이 소 도살을 막지 못했다”고 항의하며 경찰 초소와 차량 여러 대를 불태웠다. 시위대는 총기까지 동원해, 현장에서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관 한 명이 시위대가 쏜 총에 맞고 숨졌다.
한편 지난 8일 인도의 정부 유관 기관인 동물복지위원회는 14일을 밸런타인데이 대신 소를 껴안는 ‘소 껴안기의 날(Cow Hug Day)’로 축하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 위원회는 “소를 껴안으면 감정이 풍부해지고 행복이 증진될 것”이라며 “소는 인도 문화와 시골 경제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힌두교도는 어머니 같은 존재인 암소에서 나온 것들은 무엇이든 특별한 효능을 가졌다고 믿기 때문에 인도에서는 소의 배설물로 만든 약과 비누까지 판매한다. 인도 정부 유관 기관인 국가암소위원회는 2020년 암소 똥으로 만든 휴대전화 유해파 차단 칩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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