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서 한일 외교수장 집중 논의…박진 “서로 입장 이해, 결단만 필요”
(뮌헨·서울=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김효정 기자 = 정부가 여전히 한일 간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강제징용 배상 쟁점에 대해 일본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해 일본이 호응해 나설지 주목된다.
일본이 얼마나 전향적 결정을 내리느냐가 결국 최종 합의로 갈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계기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35분간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주요 쟁점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면서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최근 강제징용 배상 협상이 막바지로 들어감에 따라 국장급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협상채널을 외교차관 이상의 고위급으로 올렸다.
지난 13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시간 반에 걸쳐 회담하고 남은 쟁점에 대해 접점 모색을 시도했다.
뒤이어 마주 앉은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국장급과 차관급 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힌 부분과 여전히 좁히지 못한 부분 등 지금까지의 협의 결과를 확인하고 남은 쟁점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장관이 일측에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는 것은 사실상 외교당국 차원에서 가능한 접점 모색은 할 만큼 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서로 입장은 이해했으니 이제 서로 정치적 결단만 필요한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일본이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으려면 외교당국 선에서는 결정이 어렵고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단계가 됐다는 인식으로도 해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후 뮌헨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도 남아 있는 쟁점이라는 것은 양국 국민의 관심도와 사안의 민감성 등을 고려할 때 양국에게 중요하고 아주 민감한 쟁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건에 대해서 외교수장이 우리측 입장을 명확하고 솔직하게 일측에 전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관심 갖는 사안에 대해 무게감 있게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측에 촉구했다는 그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정부는 국내 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조성한 재원을 가지고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기업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해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해법 과정에 일본이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면 일본 기업을 일방적으로 면책시켜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피해자들과 국내 여론의 지지도 얻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재원 기여와 사과 등 일본의 호응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일본 피고 기업의 재원 참여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피고 기업이 판결금을 내는 것은 한국 대법원의 배상판결 이행으로 해석될 수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사과와 관련해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 역대 담화의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간접적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일본의 명시적 사과가 필요하다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의 정치적 결단은 결국 총리관저의 판단을 의미한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종적으로 결론이 날 때까지 협의를 계속해야 한다”며 “오늘 회담 결과를 각자 본국에 보고한 뒤 지침을 토대로 (또다시) 협의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장관은 이날 강제징용 배상 해법 논의에 주로 집중했지만 회담 직전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서면서 관련 논의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두 장관은 북한의 도발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단합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강조하고 한일·한미일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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