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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만 기다렸는데…이젠 졸업식에 꽃다발도 사진사도 필요없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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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0시쯤 서울 동작구 한 대학 졸업식 현장. 출장 사진을 나온 한 사진가가 졸업사진을 촬영할 졸업생 손님을 찾아 다니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17일 오전 10시쯤 서울 동작구 한 대학 졸업식 현장. 출장 사진을 나온 한 사진가가 졸업사진을 촬영할 졸업생 손님을 찾아 다니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17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한 대학 졸업식 현장. 한쪽 어깨에는 카메라, 반대쪽에는 앨범을 둘러맨 사진사들 네다섯 명이 돌아다니며 “사진 찍으세요”라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한편에는 꽃다발을 늘어놓은 상인들이 꽃을 팔고 있었다. 그러나 졸업생과 그들의 가족, 친구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이미 준비해둔 다른 선물을 주고받았다.

매년 졸업식이면 대목을 노리던 출장사진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한차례 부침을 겪었던 출장사진사들은 2010년대 초반부터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졸업생 대부분이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고 언제든 주머니에서 꺼낼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한모씨(81)는 이날 졸업식이 있는 대학교에 오전 8시부터 나와서 사진 찍을 손님을 찾고 있었다. 그는 “아직까지 개시를 못 했다”며 “어제 다른 대학 졸업식에서도 한 명도 못 찍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20년 전에는 하루에 20~30명씩 줄 세워서 찍었다”며 “그때는 현금이 너무 많아서 가방에 돈을 넣어다녔다”고 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졸업생이 사진사에게 사진을 찍는 일은 필수 코스로 여겨졌다.

졸업식 행사가 시작되는 오전 11시가 가까워져 올수록 더 많은 사진사가 모이기 시작했다. 오전 11시쯤 되자 10명가량의 사진사가 잔디밭을 넘어 다니며 손님을 찾아다녔다. 45년째 사진 일을 하고 있다는 김만출씨(65)는 “오늘은 전국 100개 학교에서 졸업식을 해서 사진사가 적은 편이다”라며 “지방 사진사들이 다 올라오는 다음주면 졸업생보다 사진사가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15년 전만 해도 졸업생들이 찍어달라고 뒤에서 잡아당기기도 했다”며 “지금은 하루에 다섯 명 찍으면 대박이다”고 했다.

김씨는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졸업생 가족에게 “제가 찍어드릴까요?”라고 물으며 스마트폰을 건네받았다. 일종의 호객행위였다. 그는 “서비스 차원이다”라며 “이러다 가끔 잘 찍어드리면 손님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졸업생들 “작은 꽃다발이나 실용적인 선물로.”

졸업식 대목을 기대하다가 실망한 이들은 사진사만이 아니었다. 졸업식에 필수라고 여겨지던 꽃을 판매하는 상인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보다 실용적인 선물을 찾는 졸업생들의 선호와 꽃값 폭등이 맞물리면서 꽃 판매가 줄어든 탓이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17일 서울 양재동 aT 화훼공판장에서 장미 경매가격은 1단(10송이)에 평균 1만3347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8486원)보다 57% 오른 가격이다.

좌판을 펴서 꽃을 팔던 조명철씨(57)는 올해 졸업식 꽃장사를 이날로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오늘 오전 5시에 나와서 자리를 잡았는데, 10시까지 꽃다발 5개를 팔았다”며 “쏟는 노력에 비해 수익이 너무 적다”고 했다. 그는 “오늘은 그나마 많이 팔린 것”이라며 “어제 다른 대학에서는 온종일 세다발을 팔았다”고 말했다.

한 손님이 찾아와 꽃다발을 가리키며 가격을 묻자 조씨는 “4만원”이라고 답했다. 다른 꽃다발을 가리키자 조씨는 “3만원”이라고 말했다. 그 손님은 3만원하는 꽃다발을 하나 사들고 갔다. 오늘 조씨가 판매한 여섯 번째 꽃다발이었다.

17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작구 한 대학 졸업식 현장. 이날 졸업한 박은경씨(24)와 박지현씨(24)가 큰 꽃다발 대신 작은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지인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도엽 기자
17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작구 한 대학 졸업식 현장. 이날 졸업한 박은경씨(24)와 박지현씨(24)가 큰 꽃다발 대신 작은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지인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도엽 기자

큰 꽃다발 대신 작은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있는 졸업생도 종종 눈에 들어왔다. 졸업생 박은경씨(24)와 박지현씨(24)는 “후배가 작은 꽃다발과 조각 케이크을 선물해줬다”며 “큰 꽃은 예쁘지만 보관하기 힘든데 작은 꽃은 말리기도 좋고 케이크는 먹을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졸업생을 축하하기 위해 졸업식을 찾은 지인들도 꽃다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손성민씨(26)는 “꽃다발은 가족이 주니까 많으면 처치 곤란이더라”며 “대신 꽃다발보다 오래 남을 편지와 핸드크림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그는 “축하해줄 친구가 3명인데 꽃다발 하나가 최소 3만원이어서 가격을 고려한 것도 사실이다”고 했다.

17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동작구 한 대학 졸업식 현장. 꽃을 파는 상인과 사진가가 각각 꽃다발과 사진 앨범을 들어 보이며 손님을 찾고 있다./사진=김도엽 기자
17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동작구 한 대학 졸업식 현장. 꽃을 파는 상인과 사진가가 각각 꽃다발과 사진 앨범을 들어 보이며 손님을 찾고 있다./사진=김도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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