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강도 등 전형적인 강력 범죄가 줄어들면서 경찰이 형사 인력 배분을 놓고 고민이 깊어졌다. 내부에서는 기능을 통합하거나 형사 인력을 수사 쪽으로 일부 조정하는 것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살인·강도 ‘강력 범죄’ 5년 연속 감소…지능범죄는 30만건 넘어
최근 5년 연속 강력 범죄 발생 건수는 감소했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2만7274건이었던 강력 범죄는 2018년 2만6000여건을 기록한 후 해마다 줄어 2021년에는 2만2676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민등록 인구수 대비 강력 범죄 발생비율도 52.7%에서 43.5%로 10%포인트나 낮아졌다.
코로나19 상황 속 대면 활동이 줄어 감소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추세적으로 줄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강력 범죄에는 살인, 살인미수, 강도, 강간, 유사 강간, 방화 등이 포함된다.
반면 특별경제 범죄, 지능범죄는 5만~30만건 발생해 여전히 사건 대응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특별경제범죄는 최근 소폭 줄긴 했지만 4만~5만건을 꾸준히 기록 중이며, 사기·횡령·배임 등이 포함되는 지능범죄는 2020년 40만건을 넘어섰다.
총경급 간부는 “일선 현장에서 보더라도 살인 등 강력 범죄가 줄어드는 추세다.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의 운영 인력을 둬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수사 쪽 인원이 계속 부족해 조직 전체에 고민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살인사건 현황을 보더라도 평균 160~180여건 발생했으나 검거율은 모두 90%를 넘었다.
강력 범죄가 줄어든 배경으로는 CCTV 활성화가 꼽힌다. 일선서 형사과 경찰은 “최근 CCTV가 잘 설치돼있고, 검거율이 워낙 높아 강력 범죄 발생이 떨어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다만 사이코패스 등 우발적 범죄는 예외”라고 설명했다.
강력·마약 통합안…수사 인력 조정도
경찰은 강력범죄수사대와 마약범죄수사대를 통합하고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최근 마약 관련 사건이 늘어난 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청 관계자는 “전형적인 강력범죄는 줄었지만 국내외 마약류 및 도박·보이스피싱 등이 결합한 범죄가 늘면서 통합 운영을 통해 수사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일선에서는 마약 범죄 대응 강화는 이해가 간다면서도 반부패 분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서울 일선서 경찰은 “주부, 청년 등 가리지 않고 마약을 쉽게 구하다 보니 더 퍼지기 전에 수사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반부패 사건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부담으로 느껴진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넘겨받는 사건도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양적 측면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강력 범죄 발생 감소만 고려하면 안 된다. 지금은 절차적 공정성, 수사의 태도 등 수사의 질적 측면이 매우 중시되고 있다”며 수사의 질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수사 파트는 현장에 직무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안 된 것이 문제”라며 “경찰청, 행정안전부 등 인력 충원에 대한 문제를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강력 범죄는 신속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사후 대응식으로 가거나 인력이 갑자기 부족하면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사건 현장에서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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