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9시30분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정문 앞 /사진=양윤우 기자 |
15일 오전 9시30분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정문 입구 앞. 샤넬 매장에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행위)하려는 사람들 약 20명이 입장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텐트를 쳐 놓고 전날부터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없었다. 매일 100여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산했다.
샤넬 매장 앞에서 만난 40대 여성 A씨는 “정말 사람이 많았을 때는 새벽 5시에 와서 텐트를 치고 기다려도 내 앞에 50명이 있었다”며 “요즘은 오픈런 인원이 15∼20명 수준으로 최소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오픈런 인원 최소 절반은 줄어…접는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까지 겹치자 명품에 대한 열기도 시들해진 모양새다. A씨는 “1년 전만 해도 ‘코코 핸들’ 제품을 사려는 손님들끼리 매장 안에서 시비가 붙어 싸움도 벌어졌다”며 “지난해에는 젊은 층의 실구매자가 많이 보였지만 지금은 업자들이 많이 보인다. 거의 절반이 업자”라고 밝혔다.
이날 송파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도 같은 상황이었다. 이곳의 대기 줄도 20명 안팎이었다. 본인을 시계 마니아라고 소개한 30대 남성 B씨는 “지난해에는 잠실 에비뉴엘 롤렉스 매장에 오픈런하려는 사람들이 최소 40~50명 있었다. 지금은 20명도 안 된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9시30분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오픈런 현장/사진=김미루 기자 |
이어 “작년 여름까지는 물가도 싸고 돈이 많이 풀리니까 리셀 수요가 많았다. 리셀로만 한 달에 300만~400만원 버는 사람도 있었다”며 “이제는 수요가 없어서 리셀러의 일거리도, 오픈런하는 사람들도 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품 오픈런하는 사람들은 슬램덩크 등 한정판 물건 오픈런으로 갈아탔다”고 귀띔했다.
부업으로 명품을 리셀(웃돈을 붙여 되파는 행위)하고 있는 20대 남성 이모씨는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서 리셀 시장 자체가 줄었다”며 “수입은 예전에 비해 4분의1 정도 줄었다. 정말 인기있는 제품이 아니면 아예 안 팔려서 리셀을 접으려고 한다”고 했다.
명품 브랜드 매출, 2년 만에 한 자릿수대로 떨어져
지난 2021년 11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격 인상설이 제기되며 다시 한 번 ‘오픈 런’이 재연됐다./사진=뉴스1 |
명품 소비가 줄어든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15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백화점에 입점한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증가율은 8.1%로 파악됐다.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2월(9.1%) 이후 약 2년 만이다.
팬데믹 이전 해외 유명 브랜드의 매출 증가율은(전년 동월 대비) 2021년 1월 21.9%에서 2월 45.7%로 상승하다 3월에는 89.0%까지 치솟았다. 이같이 치솟던 명품 소비가 경기 불황이라는 암초를 만나 점차 꺾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있는 유동성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쓸 수 있는 돈이 쪼그라들고 있다. 고물가 때문에 돈을 흥청망청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 개별 가계 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명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리도 오르고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코인도 증시도 안 좋지 않냐”며 “안 좋은 상황만 중첩되고 있다. 명품에 대한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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