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7세 면허보유 비율 97년 62% →20년 45%…
사고 불안감·차량 유지비용 부담·환경 문제 등 요인…
전동스쿠터·자전거, 차량공유 등 대체 수단 영향도
#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사는 메디슨 코어(24)는 운전면허증이 없다. 그는 18세때 약물·알코올 훈련을 받은 뒤 15시간의 운전수업도 마쳤지만 도로 주행시험은 보지 않았다. 코어는 “부모님이 빨리 면허증을 따라고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급한 일이 생기면 우버를 이용하고 응급상황엔 911에 전화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젊은층 사이에서 운전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운전을 하지 않으면 이동이 쉽지 않은 미국에서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가 과거 같은 연령대보다 운전을 덜 한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997년에는 미국 16세의 43%, 17세의 62%가 각각 운전면허를 보유했지만 2020년에는 16세의 25%, 17세의 45%만 운전면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5세 운전면허 보유 비율 역시 1997년 90%에서 2020년 80%로 낮아졌다.
Z세대가 운전을 꺼리는 배경에는 사고에 대한 불안감, 차량 유지에 필요한 비용부담, 환경 문제 등이 있다고 WP는 짚었다. 실제 미국 다수의 Z세대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 사고 가능성 등 때문에 면허를 따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매디슨 모건(23)은 “고등학교 동창 여러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며 “친구들을 잃은 뒤 운전대를 잡는 것 자체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한 요인이다. 미국 내 자동차보험은 올해에만 전년 대비 14% 가까이 올랐다. WP는 미국인들이 연간 소득의 약 3%를 자동차 보험에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문제와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신차는 물론 중고차 가격도 크게 뛰었다.
이전 세대에 비해 환경 문제를 중요시하는 Z세대의 특징도 연관이 있다. 미 조지타운대학교 대학원생인 루이자 숄라(24)는 운전면허는 땄지만 차 없이 생활한다. 워싱턴DC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그는 “나는 내 탄소발자국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스쿠터, 자전거, 차량공유 등 직접 차량을 보유하지 않아도 다양한 이동 수단이 존재한다. 2018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18~29세 미국인의 51%가 우버·리프트 등 차량 공유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 Z세대의 운전 기피 현상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유지될 지는 불확실하다. 결혼을 해 자녀가 생기고, 도시 밖으로 이사할 경우 운전하지 않으면 생활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편 6600만명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Z세대가 전체 미국인 평균보다 10%만 덜 운전해도 석탄화력발전소 6기(연간 2560t)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WP는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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