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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쳤다”…’음주 뺑소니’ 50대 재심은 감형, 왜?

머니투데이 조회수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무면허 음주운전 중 횡단보도에 앉아 있던 사람을 치고 도주해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윤창호법’ 위헌 결정에 따른 재심에서 감형받았다.

14일 뉴시스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3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태호)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도로교통법 위반(음주·무면허운전) 혐의로 기소된 A(44)씨의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8개월을 선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12월5일 오전 5시쯤 전남 무안군 한 어린이집 앞 도로에서 면허 없이 음주 상태로 승합차를 몰다 횡단보도에 앉아있던 B씨를 친 뒤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나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8%로 조사됐다.

차량에 부딪힌 B씨는 10m가량 떨어진 곳에 쓰러졌고 A씨는 그런 B씨를 깔고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술에 취해 횡단보도에 주저앉아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0년 3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같은 해 7월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상고했으나 기각됐다. A씨는 1·2심에서 “새벽 시간 횡단보도에 사람이 쓰러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었다”며 “고라니를 친 것으로 여기고 현장을 이탈했을 뿐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과속방지턱이 설치된 어린이 보호구역의 횡단보도 형태를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동물을 충격했더라도 차를 멈추고 현장을 확인하는 게 합리적임에도 이탈한 점, 사고 발생 8분 뒤 현장을 지난 신고자는 쓰러진 B씨를 미리 발견하고 피해 운전한 점 등을 종합해 A씨가 전방 주시 의무를 위반한 과실 및 도주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음주운전 전력(2차례)으로 옛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해당하는 가중처벌 대상자였다.

이후 A씨는 2021년 11월 자신의 사건에 적용된 음주운전 재범의 가중처벌 조항(윤창호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 따라 재심을 청구, 지난해 8월 개시 결정을 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헌재 결정에 따른) 검사의 공소장 변경 신청과 법원의 허가에 따라 심판 대상이 변경돼 원심판결을 직권 파기한다”며 “어린이집 앞 횡단보도에서 음주·무면허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내고 달아난 A씨의 죄책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음주 전력이 있지만 당심에 이르러 잘못을 인정·반성하는 점, 합의를 통해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A씨가 일명 숙취 운전을 한 점, 만취 상태에서 횡단보도에 주저앉아 있다 사고를 당한 B씨에게도 상당한 과실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A씨의 형을 징역 2년 8개월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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