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硏, 10년 연구개발 끝에 ‘반도체 변압기’ 개발
송·배전할 땐 교류, 일상생활 전자제품은 직류 활용
반도체로 ‘고전압 교류→저전압 직류’ 효율 극대화
“에너지 효율 극대화, 전기차 충전시간 줄어들 것”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변압기’를 통해 전기차를 급속 충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 에너지를 ‘고전압 교류’에서 ‘저전압 직류’로 곧바로 바꿔주는 반도체 기술이다. 연구진은 기업과 공동 연구를 통해 제품 양산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이하 전기연)은 13일 백주원 전기추진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이 효성, 중앙제어와 이같은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고 밝혔다.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는 19세기 후반 직류와 교류로 경쟁했다. 에디슨의 직류는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지역 인근에 발전소를 세워야 했지만, 테슬라가 제안한 교류는 직류에 비해 적은 손실로 전류를 보낼 수 있어 장거리 송·배전이 가능한 특징을 지녔다.
그 당시 교류를 활용한 송·배전 시스템이 고안됐다. 현재도 유사한 방식으로 송·배전은 ‘고전압 교류’를 통해 이뤄진다. 반면 일상생활 속 전자제품은 저전압 직류를 활용한다. 이 때문에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과정에서 변압기와 전력변환장치 등이 필요하다. 변압기는 전압을 원하는 값으로 바꿔주는 장치이고, 전력변환장치는 교류를 직류로 바꿔주는 역할이다.
연구진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변압기-전력변환장치’ 과정을 줄이는 방식을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변압기에 주목했다. 반도체 변압기는 전력·전자 기술을 이용해 전통적인 변압기를 대체하는 장치다. 하지만 국내 배전 전압은 해외보다 높아 직렬 구성 등 반도체 변압기 기술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기연은 10년 이상 연구개발을 거쳐 반도체 변압기에 필요한 제어·회로·설계·해석·절연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 직류 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에너지원과 부하를 연결할 수 있는 구조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전압 교류에서 저전압 직류로 바꾸는 고성능 반도체 변압기를 구현했다. 중간 과정이 한 차례 줄어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전기연에 따르면 반도체 변압기를 활용한 전기차 급속 충전기는 50㎾(킬로와트)에서 1000㎾까지 충전 용량과 수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기존처럼 ‘변압기-전력변환장치’ 중 변압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부피와 무게도 줄었다. 이에 따라 도심의 협소한 공간에서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백주원 박사는 “용량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기준이라면 기존 전기차 충전기와 비교했을 때 최소 2.5배 이상 빠른 충전이 가능해진다”며 “반도체 변압기는 기존에 활용되던 전력변환장치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고, 앞으로 직류 전자기기가 많아질수록 활용 분야는 더욱더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전기차 외에도 초급속 충전기, 고속철도와 전기 선박의 추진 전원,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신재생 연결 전력변환장치 등 다양한 직류 전원 분야에 쓰일 수 있다. 전기연은 지난해 변압기 제조업체 동우전기에 관련 기술을 2억2000만원 규모로 이전했다. 이번에 전기연은 효성, 중앙제어, 동우전기 등과 함께 제품 양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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