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시 강남구 강남역 한 버스종류장/사진=김미루 기자 |
“도시가스요금, 전기요금 뭐든 전부 다 올랐다구요.”
13일 오전 9시쯤 서울 강남역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직장인 김모씨(30대·남)는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대중교통비 인상에 대해 묻자 이처럼 대답했다.
김씨는 “부자들은 대중교통비가 올라도 영향을 안 받겠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바로 타격받는다”며 “말그대로 대중교통이라서 대중들이 한번에 져야 하는 부담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다른 공공요금이 올랐으니 대중교통비는 조금 천천히 인상해도 되지 않나”고 토로했다.
잇따른 공공요금 인상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기·가스요금에 이어 오는 4월 서울의 대중교통비가 인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20대 남성 직장인 유모씨도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대중교통비도 올라야 하는 건 맞는다”면서도 “월세랑 관리비 등에 매달 100만원 이상 써서 최대한 돈을 아끼려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구독도 취소했는데 앞으로 더 낼 비용이 아깝긴 하다”고 밝혔다.
50대 남성 A씨는 “매달 교통비가 보통 5만~6만원 정도 나오는데 7만~8만원 나오게 될 것”이라며 “모든 게 다 오르니까 먹고 살기 빠듯해 대중교통비가 오르는 것도 부담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매년 평균 1조원 적자…이젠 한계”
지하철 개찰구 /사진=뉴스1 |
최근 서울시는 오는 4월말 지하철·시내버스·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300원 또는 400원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재 서울 대중교통 기본요금은 카드결제 기준으로 지하철 1250원·시내버스 1200원·마을버스 900원이다. 400원이 오르면 시민들은 지하철 1650원(32%), 시내버스 1600원(33%), 마을버스 1300원(44%)으로 인상된 기본요금을 내야한다. 300원이 인상되면 기본요금은 지하철 1550원(24%), 시내버스 1500원(25%), 마을버스 1200원(33%)이 된다.
2021년 결산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누적적자는 17조원에 달한다. 매년 평균 1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요금 인상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400원을 인상할 경우 서울교통공사의 3년간 평균 운송 적자가 연간 4217억원 감소하고 300원을 인상할 경우 연간 3162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학계 “원가 상승 압력 한계 도달”
고물가와 잇따른 공공요금 인상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교통비 인상 문제에 대해 “그동안 주 52시간제와 준공영제 등으로 원가 인상 요인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여기에 연료비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 압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자가용·버스·지하철·택시 이용 수요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해서 대중교통 수요가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준공영제는 수익성 있는 구간에만 편중될 수 있는 버스 노선이 변두리 취약 지역까지 확대 조정되는 효과가 있다. 반면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증가해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버스 적자 내역을 좀 더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가 버스업체에 과도한 지원금을 주고 있어 서울교통공사에 누적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2021년 기준으로 보면 개별 버스 업체들은 이미 잉여금으로 현금 배당을 계속하는 중이었다”며 “버스 회사 자체는 적자가 아니고 버스 회사에 주는 서울시의 보조금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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