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만3000명을 넘어섰다. 지진 발생 일주일째로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을 훌쩍 넘긴 가운데 지진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난 2003년 이란 대지진 피해 규모를 뛰어넘었다.
1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에 따르면 튀르키예 사망자 수가 2만9605명으로 추가 집계됐다. 인접국인 시리아에서는 최소 3574명이 숨지고, 5276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사망자 수는 두 국가를 합쳐 3만3179명으로 지난 2003년 3만1000명이 숨진 이란 대지진의 피해 규모를 넘어섰다.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은 21세기 들어 역대 6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자연재해로 기록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시리아 내 실제 사망자 수가 93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잠정 집계했다.
비관적인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유엔은 사망자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고 두 국가를 합친 지진 사망자 수가 10만명을 넘길 확률을 종전 대비 2%포인트 상향한 26%로 제시했다. 당초 지진 발생 직후에는 0%였던 것이 10%, 14%, 24%, 26%로 계속 올라가고 있다.
USGS는 향후 전망과 관련해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앞으로 규모 7.0 이상의 여진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규모 5.0~6.0대 추가 지진이 이어지면서 여진 빈도가 줄어드는 시나리오가 있다. 발생 확률은 90%로 추산됐다. 규모 7.8의 본진보다 약하지만 규모 7.0을 넘기는 여진이 발생할 확률은 10%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규모 7.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발생 확률이 1% 내외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피해 지역은 물론 인접 지역도 추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USGS는 “큰 여진이 발생하면 이미 약해졌거나 부실하게 건축된 구조물에서 추가 피해를 낳을 수 있다”며 “여진 빈도는 적어져도 몇 달 이상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72시간으로 알려진 생존자 골든타임을 훌쩍 넘어선 기적 같은 구조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번 강진의 최초 진앙인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에서는 159시간 만에 17세 소녀가 건물 잔해 더미에서 구조됐다.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에서는 두 자매가 153시간 만에 구조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아울러 35세 튀르키예 남성이 149시간 만에 구조됐다.
생존자들도 추위와 배고픔, 전염병 노출 위험 등으로 고통에 떨고 있다. 건물 잔해에 갇힌 시신들이 식수를 오염시킬 수 있고, 이재민 캠프에는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위생이 우려된다. 또 피해가 극심한 지역 중심으로 약탈이 잇따르고 안전 문제로 오스트리아, 독일, 이스라엘 구조팀 등은 구호활동을 중단하거나 철수한 상태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상당수 국가로부터 직접 원조를 받지 못하는 데다, 시리아 서북부 반군 지역에 대한 구호는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유엔은 시리아 반군의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부군 통제 지역에서 반군 장악 지역으로 구호 물품 수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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