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으면 0칼로리.”
윤석열 대통령이 ‘MZ세대’ 공무원들과 만나 격의없는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특유의 솔직, 담백한 화법으로 젊은 공무원들과 각종 현안,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식약처 등 32개 부처·청 국장, 과장, 사무관 150여명과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윤 대통령과의 주요 대화내용을 ‘숏폼’ 형식의 짧은 영상 콘텐츠(‘윤석열 대통령의 단짠단짠-MZ 공무원과의 대화 비하인드 컷 공개’)로 제작해 12일 공개했다.
尹, 노동개혁 강조…노동시장 이중구조·노조 간부 채용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공직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시스 |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공무원과의 대화에서 ‘노동개혁’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노동개혁의 여러 분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는 법치”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근로자 간에도 임금이 몇 배나 차이가 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며 “더 공평하고 정의로운 시스템으로 바꿔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산업현장에서의 불법행위 등의 문제를 짚은 것이다.
이어 “산업현장에 노조 간부의 자녀가 채용되고, 남은 자리로 채용장사를 하는 불법행위를 정부가 방치하면 민간 경영자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산업현장에서 폭력과 협박에 터를 잡은 불법을 놔두면 그게 정부고, 국가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기득권과 타협하면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산업현장을 정상화하겠단 뜻을 밝혔다.
尹, “기득권 체제에 대처” 당부…마약 단속 공무원 격려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공직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시스 |
공무원들에게도 기득권과 맞서 싸울 것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더욱 잘 살게 하려면 카르텔과 지대추구 행위를 규제하고 해체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부당한 기득권 체제에 잘 대처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기조에 맞춰 노동 현장의 정상화를 위해 힘쓰는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순방에서 1호 영업사원으로서 글로벌 시장을 넓히고 우리나라의 국제사회 존재감을 키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소회’를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가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대우받을 수 있었다”며 “기업은 결국 국력의 집합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기업의 손익 계산을 볼 수 있어야 재정을 어떻게 투입할지 선택할 수 있다”며 기업인을 멀리만 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약 단속 공무원의 공로를 치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군, 경찰, 검찰, 세관이 함께 많은 희생과 노력을 기울여 왔기에 최근까지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폭력배보다 더한 사람들이 마약 유통에 관여하기 때문에 희생정신이 없으면 마약사범 검거는 어렵다”며 담당 공무원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행안부 조직국, 기재부 예산실은 마약 수사하는 분들의 어려운 점을 잘 살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요리에 관심 많아, 맛있으면 건강에 도움”…좌중서 웃음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공직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시스 |
윤 대통령은 요리법을 묻는 질문에, 어릴 적 요리하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어릴 적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으로 계란프라이를 하면 들러붙곤 했다”며 “5살 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연탄 풍로에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태우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을 생각해보니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또 “혼자 지방 생활을 할 때도 장을 봐 요리하며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식약처에서 개최하는 ‘소금 적게 쓰기 경연대회’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에는 “짠 음식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숏폼’엔 윤 대통령이 대화가 길어지자 “점심 1시에 먹어도 되죠”라고 묻는가 하면, 청년 사무관의 질문과 ‘저염 요리 경연대회’ 도전 제의를 받고 당황하는 모습, 공무원들의 고충을 경청하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담겼다.
이상민 부재·개혁입법 지연에도…”개혁 차질없도록”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전북 군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블록 첫 출항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 |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산업현장에서 불법, 폭력, 갈취로 약자를 괴롭히는 상황을 방치하는 건 국가의 존재 이유가 아니며 나도 세금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한 것 이상으로 개혁에 대한 단호함을 표현할 순 없다고 본다”며 “노동개혁은 행안부도 일부 관계돼 있지만 노동부 장관 등과 함께 차질 없이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최근 ‘정부 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3대 개혁 완수를 위해 공직자들의 마인드셋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차원”이라며 “정부 개혁은 3대 개혁 추진을 위한 발판으로서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헌법 가치에도 맞지 않는 노조들의 고용 세습의 경우 모두가 알면서 어떤 정부도 건드리지 못했던 것”이라며 “개혁 입법이 국회 다수당에 의해 발목잡힌 상황이지만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간단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의 권한행사 정지에 따른 행정 공백이 없도록 행안부 조직과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이 협업을 해나갈 것을 당부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엔 행안부와 대통령실·국무총리실 사이의 ‘원스톱 창구’ 역할을 하며 적극 지원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다만 이 장관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 차질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업무)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려고 하지만 애로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 혁신과 관련된 행사도 장관이 없으면 예정했던 대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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