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생성AI 시대, 한국은 어디로2] (上)
사람처럼 대화하는 ‘생성AI 신드롬’이 거세다. 챗GPT 쇼크로 빅테크의 AI 개발경쟁이 불붙은 것은 물론, 우리 일상과 사회 각 분야로 AI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이는 기존 관행과 질서에 상당한 변화와 충격을 몰고 왔다. 도구로서 효용성이 큰 반면, 대필과 표절 등 악용사례도 잇따른다. 생성AI 시대를 마주한 한국의 현주소와 논란, 그리고 대처법을 짚어본다.
“한눈 팔면 죽는다”..AI 상용화에 분주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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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열풍’ 속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업계도 올해 초거대 AI 상용화에 가속도를 붙인다. 한국어로 특화된 생성 AI로 검색·챗봇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는 목표다. 게임업계는 사람처럼 소통하는 가상인간 개발에 AI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유료 서비스 출시를 앞둔 챗GPT처럼 한국형 초거대 AI도 연구실을 넘어 일상을 혁신해 ‘돈 버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NAVER)는 자체 초거대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 기반의 서치GPT를 올 상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 검색과는 별도의 서비스로, ‘서울 지하철 요금 알려줘’라고 질문하면 최신 데이터를 출처와 함께 요약해 제공하는 형태다. ‘노트북 싸게 구매하는 방법 알려줘’와 같이 의견·조언을 묻는 질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답변할 예정이다.
AI콜·하이퍼챗·OCR 등 하이퍼클로바 기반의 B2B 유료 솔루션도 강화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초거대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유료 B2B 솔루션 시장이 계속해서 열리고 있다”라며 “GPT에 대한 다양한 투자를 통해 앞으로 더욱 수익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의 AI 모델 ‘KoGPT’를 카카오톡에 연계할 예정이다. ‘톡비서 죠르디’ 챗봇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소상공인의 광고문구를 대신 작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지 생성모델 칼로(Karlo)가 카카오톡 프로필·배경 사진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상반기 중 출시한다. AI로 흉부 엑스레이 촬영결과를 판독하는 서비스도 호주에서 출시한다.
오픈AI의 챗GPT나 네이버와의 차이점이라면 파라미터(매개변수)구 수천억개 수준인 초거대 AI가 아니라 중소형 모델로 인프라 비용부담을 줄이면서 효율성은 높이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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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AI 콜센터’, 게임사 ‘가상인간’에 꽂혔다
이동통신사는 상담사를 대체할 ‘인공지능 콜센터'(AICC)에 주목한다.
SK텔레콤은 대화형 AI 서비스 ‘에이닷’을 고도화해 연내 정식 출시한다.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그림·동작 등을 인지·추론하는 ‘멀티모달’ △과거 대화내용을 바탕으로 답변하는 ‘장기기억’ 등을 더해 사람처럼 대화하는 AI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KT도 초거대 AI ‘믿음’을 기반으로 금융사와 ‘AI 고객센터’ 구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도 LG의 초거대 AI ‘엑사원’을 활용해 고객센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B2B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게임사는 게임 몰입도를 높일 ‘가상인간’ 만들기에 나섰다. 자체 초거대 AI 모델은 없지만, 이미 보유한 3D 캐릭터 제작기술에 AI를 더한다는 방침이다.
넷마블의 가상 아이돌그룹 ‘메이브’가 데뷔한 가운데,
크래프톤은 이용자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대화형 AI ‘버추얼 프렌드’를 연내 공개한다.
엔씨소프트도 디지털 휴먼 사업에 R&D 역량을 집중한다. GPT-3와 같은 AI 언어모델을 게임 제작에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대형 게임회사인 넷이즈도 생성형 AI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챗GPT라는 게임 체인저의 등장으로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주도권 경쟁 심화와 이에 따른 산업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초거대 AI는 구축·운영에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만큼 글로벌 빅테크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가운데, 수익화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실적 발표에서 “전세계적으로 AI 모델이 아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AI 기반 사진 수정앱 렌사(Lensa) 서비스도 초반 각광을 받았으나 유사 서비스가 20종 이상 출시되며 경쟁력을 잃었다”라고 말했다.
삼성·SK도 AI에 눈독…반도체 침체 뒤집을 ‘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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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 AI(인공지능)가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반도체 업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AI산업 확대에 따라 수혜를 받을 대표 산업군으로 꼽힌다. 인공지능 고도화를 위해선 고성능·고용량 메모리반도체가 필수적이다.
현재 글로벌 AI 시장에서는 GPU(그래픽처리장치)의 그래픽 기능을 빼고 연산 기능을 활용해 딥러닝에 적합한 형태로 만든 GP-GPU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인다. 학습과 추론 기능으로 AI의 ‘머리’를 담당하는 GPU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것이 데이터 저장과 처리를 하는 메모리다. AI생태계 확대를 위해선 소프웨어와 서버, 반도체 기업들의 협력이 필수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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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학습량 저장·처리엔 고성능 메모리 필수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AI용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를 미래 성장엔진으로 삼아 연구·개발 중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AI서비스가 미래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 역시 “인공지능 상용화가 메모리반도체 시장 관점에서 중장기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선 고효율 메모리가 필요하다. D램 여러개를 수직 연결해 3D 형태로 만든 HBM(고대역폭 메모리)와 프로세싱 기능을 갖춰 속도와 성능이 월등한 PIM(지능형 메모리)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연산 기능을 내장한 고성능 메모리인 ‘HBM-PIM’을 개발했다. 데이터 처리와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가 GPU가 하던 학습과 추론 기능까지 나눠 담당하며 막대한 용량 처리를 더욱 용이하게 만든다. 엔비디아와 함께 GPU 업계를 양분하는 AMD가 삼성전자의 HBM-PIM을 사용한다. D램 용량을 늘리는 인터페이스 개념의 CXL도 삼성전자가 내놓은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엔 네이버와 AI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챗GPT의 적수가 될 한국형 AI를 상반기 중 내놓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GPU업계 1위 엔비디아에 초고성능 메모리인 HBM3를 공급하고 있다. HBM3는 풀HD급 영화 163편을 1초만에 전송하는 속도를 구현한다. PIM을 적용한 차세대 D램 규격인 GDDR6 역시 개발했다. GDDR6는 연산 속도가 기존 대비 16배 빠르지만 에너지 소모는 80%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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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확충도 메모리 탑재량 늘려
AI 시스템을 뒷받침할 서버, 즉 데이터센터 필요성이 커지는 것도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AI가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멀티 모달)정보를 학습하면서 서버리지와 스토리지 확충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에 투자를 약속하며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 초거대 AI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PU(중앙처리장치)와 결합해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D램은 고부가가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각각 40% 안팎을 차지한다. 특히 올해는 AI산업 발전과 데이터센터의 CPU 교체 주기가 맞물리면서 서버용 D램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데이터센터들은 통상적으로 신규 CPU가 나오면 이를 교체하면서 최적화된 규격의 D램도 함께 바꾸는데, 올해 초 인텔이 CPU인 사파이어 래피즈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차세대 서버용 D램 규격인 DDR5 탑재도 늘어날 전망이다. DDR5는 기존의 DDR4보다 데이터 전송속도는 2배 빠르고 전력 효율은 더 높다. 가격도 30~50%가량 높아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수익성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AI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553억달러, 2026년엔 861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시스템은 대량의 데이터를 굉장히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시스템 용량을 키워 이를 도와줄 고성능 메모리반도체가 필수적으로,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서버, 반도체 회사 모두 협력할 때 AI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일상화, 이미 시작됐는데”…’주무부처’ 과기정통부 청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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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등장으로 AI(인공지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렸다. 한국 역시 새로운 도약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초거대 AI를 구동하기 위한 클라우드와 컴퓨팅 인프라 등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AI 기술력 및 인재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AI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 발표를 통해 올해 약 7129억원의 예산을 투입, AI 강국 도약을 위한 10대 핵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독거노인 AI돌봄로봇, 소상공인 AI 로봇·콜센터, 공공병원 의료 AI 등 과제를 통한 ‘전 국민 AI 일상화’가 대표 과제다.
하지만 이는 AI 국민 체감 확대에 주안점을 뒀을 뿐 챗GPT와 같은 생성 AI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및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생성 AI에 대한 방안이 당장 나온 것은 아니지만, 현재 클라우드와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며 “국산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초고속·저전력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수년간 AI에 대한 투자를 해왔지만, 국가적 AI 기술력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영국 기술정책 연구소 ‘옥스퍼드 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I 준비지수는 76.76점으로 전 세계 6위다. 전년(10위) 대비 4단계 올랐지만, 미국(1위), 싱가포르(2위), 영국(3위), 핀란드(4위), 캐나다(5위) 등에는 여전히 밀리고 있다. 특히 기술 부문에서 한국은 상위 10위권 국가 중 가장 낮은 53.96점을 기록했다. 12위인 노르웨이(53.44)와 비슷한 수준이며, 미국(81.67)과는 30점 차이를 보였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인 미국(100점)과 비교해 약 80.9점으로 1.8년의 기술 격차를 보였다. 한국은 유럽(89.5점), 중국(85.8점), 일본(81.0점)에도 뒤처져있다. 초거대 AI 특허 출원도 10.6%로 미국(34.5%), 중국(33.3%), 일본(11.3%)에 못 미친다.
한국이 AI 인재 양성과 초격차 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다. 과기정통부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새로운 AI 경쟁을 하기엔 한국은 AI 기술성장 정체, 인력 부족 등의 한계가 있다”며 “국내 확산과 세계로 나가는 킬러 AI·유니콘 기업 부족, 국민·기업의 AI 활용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2027년까지 AI 기술을 미국 대비 95% 수준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AI 시장을 기존 2조6000억원(2021년)에서 6조6000억원으로 확대하고, 기업의 AI 도입률 역시 14.7%에서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 대학교수는 “초거대 AI 개발 기업의 연구가 원활하도록 정책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게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역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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