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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 제발 떠나”…흑석동 고양이에게 말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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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예정인 흑석9구역. 갑자기 동네는 텅 비었고, 함꼐 살던 고양이들은 영문을 모른 채 남았다. 사람이 사는 집을 그냥 부수진 않는다. 고양이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인간만의 지구가 아니므로. 길을 걷다 멈춰선, 흑석9구역의 회색 고양이./사진=남형도 기자
재개발 예정인 흑석9구역. 갑자기 동네는 텅 비었고, 함꼐 살던 고양이들은 영문을 모른 채 남았다. 사람이 사는 집을 그냥 부수진 않는다. 고양이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인간만의 지구가 아니므로. 길을 걷다 멈춰선, 흑석9구역의 회색 고양이./사진=남형도 기자

까만 어둠이 좁은 골목마다 짙게 깔렸다. 불 켜질 일 없는 집들은 그 안에 푹 묻혔다. 밝을 땐 그나마 거릴 걷던 사람도 사라졌다. 이달부터 부수어질 예정인 동네는, 숨소리도 크게 들릴 만큼 적막했다. 발걸음 소리를 내는 것도 오롯이 나뿐이었다. 여긴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9구역이었다. 집마다 노란 딱지에 빨간 글씨로 ‘공가’라 쓰여 있었다. 텅 빈 집이란 거다.

철거하니 나가라고 해서였다. 하지만 전해진 건 인간의 언어였다.

그걸 알 리 없던 존재가, 오래 주차돼 있던 차 밑에서 슬며시 나왔다. 갈색 털에 하얀 길이 고르게 나 있는 작은 이웃, 치즈 고양이였다.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동네 고양이’다. 녀석도 여기, 흑석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험한 길 위 생활을 버텨 어른 묘가 되었다. 고양이로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살아남았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해 더욱 적막해진 동네. 갈색 고양이가 조심조심 지나가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해 더욱 적막해진 동네. 갈색 고양이가 조심조심 지나가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갈라진 바닥을 딛고, 전봇대 사이로 치즈 고양이가 사뿐사뿐 걸어왔다. 편히 지나가라고 조금 떨어져 뒤돌아섰다. 그런데도 치즈 고양이는 내 곁을 지나갈 땐 발걸음이 쏜살같이 빨라졌다. 인간이 있어 뭘 해도 편치 않으리라. 그러니 자주 부지런히 숨고, 닥쳐오는 차를 피하고, 고요하고 빠르게 걸으며 살아남았으나.

그리, 그동안 살아남은 방법을 모두 동원해도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거였다. 고양이가 살던 모든 터전을 부순다는 건.

2월에, ‘흑석9구역’ 창문부터 깬다

배를 채우기도 쉽지 않게 되었다. 여기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이제 기대어 살던 집들도 다 무너진다. 고양이들은 아무런 대비가 돼 있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배를 채우기도 쉽지 않게 되었다. 여기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이제 기대어 살던 집들도 다 무너진다. 고양이들은 아무런 대비가 돼 있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흑석동 재개발 9구역은 이달 18일까지 이주가 끝난다. 주민들이 모두 빠지면 철거가 시작된다. 창문부터 깬다. 이어 건물을 부순다. 9구역은 A, B, C 셋으로 또 나뉜다. 철거가 가장 빠른 A 구역은 6월까지 끝낸다. 마지막 C 구역은 내년 2월까지 모두 허문다.

여기, 그 동네에 살던 고양이가 남았다. 여기서 돌보던 이들이 추산하기론 인근 재개발 11구역까지 약 150~200마리다. 녀석들은 떠나지 못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한평생 자기 터전 안에서 살기에. 그걸 알기에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를 해도, 잡은 곳에 꼭 다시 풀어준다. 그러니 싫다고 잡아 다른 곳에 갑자기 방사하는 건 ‘동물 학대’다. 여러 이유로 생존하기 어려워져서다.

척박해지고 위험해져도 꼼짝 않고 내 동네라고. 재개발로 부수는 굉음에 지하로 피하고, 구석구석 숨는다. 그러다 나올 시간을 놓쳐 매몰되고 숨지는 일이 잦았다.

차마 거기 머무를 수도 없고 나갈 수도 없는, 척박하고 힘겨워진 흑석동 9구역과 11구역 고양이들을 만나러 갔다. 자세히 보고 싶었다. 작지만 귀 기울이면 숨소리가 들린다고, 쌓인 눈 위론 동그란 발자국이 총총 나 있다고. 그러니 아직은 함부로 부수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싶어서.

얼굴을 비비고, 둘이 장난치고, 고인 물을 홀짝 마시고…9구역의 애달픈 생(生)

돌보아준 이 덕분에 사람에게 길들여진 고양이. 자길 챙겨준 이를 기억하여, 내게도 이렇게 호의적인 모습이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돌보아준 이 덕분에 사람에게 길들여진 고양이. 자길 챙겨준 이를 기억하여, 내게도 이렇게 호의적인 모습이었다./사진=남형도 기자

2일 오후, 맑고 추운 늦겨울이었다. 흑석동 재개발 9구역을 찾았다. 인근 높다란 아파트와 차도로 둘러싸인 주택가였다. 안으로 들어서니 대낮에도 인적이 아주 드물어 낯설었다. 빼곡한 집도 간판만 달린 가게도 텅 비어 있었다. 중장비가 들어와 부수는 소리가, 머잖아 귓가에 쿵쿵 울릴 듯했다.

정지된 동네 초입에 움직이는 존재가 있었다. 귀를 씰룩거리며 날 향해 앉았다. 진한 갈색 고양이였다.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 기지개를 쭉 켜더니, 차츰 다가왔다. 반가워 쪼그리고 앉으니, 내 오른손에 자기 얼굴을 비비었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보드랍게 쓰다듬어 줬다. 따스했다. 돌아서려 하니 나를 졸졸 따라왔다. 반대편으로 건너가려던 찰나, 쌩하고 차가 지나가 나도 모르게 “조심해”하고 외친 뒤 숨이 멎는 듯했다. 다행히 멈춰서서 무사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햇볕이 닿지 않아도 그나마 안전한 곳. 차디찬 도로와 차 사이는 고양이들이 자주 숨어 있는 곳이다./사진=남형도 기자
햇볕이 닿지 않아도 그나마 안전한 곳. 차디찬 도로와 차 사이는 고양이들이 자주 숨어 있는 곳이다./사진=남형도 기자

동네를 천천히 걸었다. 자주 두리번거리며 마음을 써서 바라보니, 동네 곳곳에서 보였다. 여전히 그곳이 집이라 별수 없이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아직 돌보는 이가 남은 집 옥상 밥자리 주변엔, 삼색 고양이가 있었다. 머리는 검고, 갈색빛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멋진 얼굴로, 앞발을 모은 채 식빵 자세로 앉았다. 또 다른 삼색 고양이가 계단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같은 배에서 나온 듯했다. 둘은 나란히 앉아 앞을 바라보았다. 비슷해 보였으나 또 다른, 각자 고유한 존재였다.

고인 물로 목마름을 달랜다. 그냥 가만히 두어도 평균 수명이 고작 2~3년. 로드킬에, 동물 학대에, 굶주림과 추위와 더위에, 질병에 시달리는데 터전까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삶./사진=남형도 기자
고인 물로 목마름을 달랜다. 그냥 가만히 두어도 평균 수명이 고작 2~3년. 로드킬에, 동물 학대에, 굶주림과 추위와 더위에, 질병에 시달리는데 터전까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삶./사진=남형도 기자

바깥에 나와 또 걸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지붕에도, 주차된 차 밑에도 고양이가 있었다. 발이 하얀 회색 고양이는, 고여 있는 물을 홀짝거리며 마시기도 했다. 삼색 고양이는 계단에 놓인 음식을, 불편한 자세로 서서 먹었다. 검고 하얀 고양이 둘은 서로 장난치듯 앞뒤를 다퉈 달려가기도 했다. 어쩐지 천진난만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됐다.

“여기 있으면 안 돼. 다른 데로 떠나야 해. 집이 무너질 거야. 죽을 수도 있어. 아니, 그렇게는 안 되게 힘써볼게.”

살리려는 이만 시름이 깊어지고…

동네 고양이들은 도무지 천천히 걷는 법이 없다. 그들의 눈에, 인간은 그런 불안한 존재다./사진=남형도 기자
동네 고양이들은 도무지 천천히 걷는 법이 없다. 그들의 눈에, 인간은 그런 불안한 존재다./사진=남형도 기자

돌아다니다 보니 저녁이 되었다. 금세 컴컴해졌다. 후드를 푹 눌러쓰고 나타난 이승희씨를 만났다. 동네 주민인 그는 수년 전부터 이 지역 재개발을 걱정하고, 고양이들을 돌봐왔다. 아프고 다친 애들을 구조해 살렸다. 그리 고양이들의 쉼터, ‘모락모락’의 주인장이 되었다. 30여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작은 존재를 살리는 일. 그건 실은 별로 우아하지 않았다. 애써 모아둔 돈을 다 쓰는 일이었고, 어둠과 뚫고 두려움을 깨고 밥을 챙기는 일이었다. 그와 9구역, 11구역의 밥자리를 함께 돌았다. 적막한 거리가 스산해도, 칼바람에 겉옷을 뚫어도 바쁜 걸음이 멈춘 적이 없었단다. 빈 밥그릇에 잘 버티자며 애정을 채우고, 쾅쾅 언 물을 깨어 마음을 가득 부었다. 어느 곳에 다다라선 “여기서 소주병을 던지면서 시비 걸던 아저씨가 있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무서웠겠다고 하자, 정말 그랬다고 했다.

먹을 걸 앞에 두어도 차마 나오지 못한다. 이 자그마한 고양이에게 어떤 나쁜 기억이 쌓여 있는 걸까./사진=남형도 기자
먹을 걸 앞에 두어도 차마 나오지 못한다. 이 자그마한 고양이에게 어떤 나쁜 기억이 쌓여 있는 걸까./사진=남형도 기자

초록색 대문의 어느 집 앞에서 새끼 고양이도 만났다. 녀석은 우릴 보자마자 황급히 빈집 안으로 들어가 숨었다. 이씨가 “맛있는 것 줄게”라고 하며 간식을 놓았다. 그리고는 먹을 수 있게 멀리서 바라봐주었다. 자그마한 존재는 대문 아래로 힐끔, 고개만 살짝 내민 채 눈치만 보다가 몇 분이 지나서야 나왔다. 그리고 허겁지겁 놓은 걸 먹었다.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었다. 편히 먹을 수 있게 뒤돌아섰다.

그리 애달팠다. 이 씨는 밥자리를 옮기기 위해 애써보기도 했다. 11구역은 동네 산과 가까이 있어, 거기로 고양이들을 올려보려 노력했단다. 쉽지 않았다. “기존에 산이 영역인 아이들과 싸워, 귀가 뜯기거나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아이도 있었다”고 했다. 2020년 겨울에 구조한 치치도 그런 경우였다. 지금은 치료를 마치고 쉼터에서 잘 지낸다고.

밥자리를 다 돌고 오니 동네를 서성이는 이가 있었다. 여든이 다 된 할머니는, 이 동네에 오래 살며 고양이를 돌봤다. 기자라고 하자, 그는 내게 “얘네 이제 어떡하느냐, 도와달라”고 하소연했다. 할머니는 고양이들이 눈에 밟혀 이주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뤘다고 했다. 그러고도 인근에 집을 얻어, 계속 오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할머니를 보고 다가온 고양이가, 낯선 나를 보고는 멈칫했다.

고양이들도 자길 오래 돌봐준 이를 썩 잘 기억하고 있었다. 가로등 밑으로 작고, 그보다 더 작은 그림자가 포근히 겹쳐졌다.

아파트·차도 둘러싼 ‘고립지’…보호시설 요청에, 동작구 “예산 없다”

11구역에서 걷고 있는 치즈색 고양이. 이곳도 머지 않아 허물어질 예정이다./사진=남형도 기자
11구역에서 걷고 있는 치즈색 고양이. 이곳도 머지 않아 허물어질 예정이다./사진=남형도 기자

100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이다. 이를 다른 안전한 데에 옮기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개인이 뼈를 깎아 노력해도 거의 불가능 한 일이다. 행정기관(동작구청, 서울시)과 고양이를 돌보는 단체와 봉사자들, 조합과 시행사가 모두 힘을 합쳐야, 더 많이 살릴 수 있다.

재개발 구역의 고양이를, 안전한 곳에 어떻게 옮겨야 할까. 동물권 단체 카라의 가이드북에선, 고양이가 스스로 조금씩 이동하도록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이, 급식소를 조금씩 옮겨주는 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중성화(TNR)’다. 재개발 구역의 고양이는 물론, 이동 예정지의 고양이도 중성화를 마쳐야 한다. 그래야만 둘 사이의 영역 다툼 없이 자연스레 옮길 수 있다.

이리 차츰 옮기려면 이동할만한 생태통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흑석동 9구역은 주변이 고층 아파트와 차도로 둘러싸여 있는 ‘고립지’에 가깝다. 도보로 구역 가장자리를 쭉 걸어봤으나, 고양이가 쉬이 옮길만한 장소가 마땅해 보이지 않았다. 차도를 건너려다 로드킬 등을 당할 수 있어서다.

햇살이 쏟아지는 드넓은 공간에서 느긋이 만끽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자주 상상한다./사진=남형도 기자
햇살이 쏟아지는 드넓은 공간에서 느긋이 만끽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자주 상상한다./사진=남형도 기자

이에 이씨의 모락모락 쉼터와 동작구 내 고양이 돌봄 단체 두 곳이, 동작구청·서울시와 해결책을 찾고 있다. 서로 합의된 건 △가장 늦게 철거되는 흑석9구역 빈집에 임시 보호시설을 마련해주는 것 △고양이가 이동할 수 있는 생태통로를 내어주는 것 △서울시의 중성화 지원까지다. 중성화와 돌봄이 필요한 고양이가 잠시 머무를 공간 정도는 해결된 거다.

주된 문제는 ‘많은 고양이를 어떻게 살릴 건가’인데, 해법에 있어 합의점을 못 찾고 있다. 이씨는 “안 쓰는 곳에 보호시설을 마련해, 입양 가기 전까지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시 보호시설이 아니라, 제대로 구조해 돌볼 곳을 지자체가 만들어 지원하는 방식으로 살려야 한단 거다. 이에 동작구청 관계자 “예산 확보가 돼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계류장으로 적응시켜 옮기는 방안…”핵심은 사람, 생각 다른 부분 끊임없이 조율 필요”

스스로 이동하기 힘들 때, 계류장을 두어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사진=동물권단체 카라
스스로 이동하기 힘들 때, 계류장을 두어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사진=동물권단체 카라

흑석9구역은 사방이 막혀, 고양이가 스스로 옮겨가기 힘든 곳이다. 그러니 계류장을 통한 ‘이주 방사’도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고양이를 중성화한 뒤, 인근 산이나 아파트 등에 옮기는 것. 다만 이주 예정지에 계류장을 두어 고양이들을 넣고, 거기서 최소 1~2개월 이상 돌본다. 그래서 이사 갈 곳의 환경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적응하게 하는 거다. 자발적 이주 방법에 비해선 이주 성공률이 낮은 게 단점이다. 그래서 불가피할 때만 쓰는 방법이다.

결국, 어느 하나만 선택하기보다, 가능한 방법을 다양하게 써서 살려야 한단 조언이 나왔다. 김정아 카라 활동가“현실적으로 100~200마리 고양이들을 한꺼번에 다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계류장을 통해 인근 산과 아파트 등으로 이주 방사를 하고, 친화적인 아이들은 입양을 보내고, 다각도로 해결 방법을 써야 한다”고 했다. 사람이 있을 땐 고양이들이 원래 있던 동네로 회귀하려 하므로, 이주가 끝난 무렵부터 굳게 맘먹고 이동해야 한다고도 했다.

나란히 앉아 있는 삼색이 고양이 두 녀석./사진=남형도 기자
나란히 앉아 있는 삼색이 고양이 두 녀석./사진=남형도 기자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했다. 보호시설이든, 계류장 방사든, 중성화든, 입양이든, 여기서 빠짐없이 필요한 건 고양이를 돌봐줄 사람이기 때문이다. 몇 사람만 뛰어들었다간 뼈 깎는 상황이 되므로, 단체끼리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길고양이 아빠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김하연 사진작가 “지자체서 뭔가 만들고 계류장을 해준다 해도, 일단 사람들이 모여야 일할 수 있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작가는, 이 과정에서 ‘사람 간 갈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조에 대한 견해차 등으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함께 활동하는 분들끼리 서로 얼마나 생각이 다른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서로 어긋나 떠날 경우, 남은 사람은 한숨 나올 정도로 힘들어진단 우려였다.

재개발지역 고양이 구해, 30마리 돌보는…광명시 직영 ‘길동무’ 쉼터

광명길고양이친구들이 돌보고 있는, 광명시 직영 개발지역동물돌봄센터 '길동무'. 고양이 코코와 오지영 광명길고양이친구들 대표(오른쪽)./사진=남형도 기자
광명길고양이친구들이 돌보고 있는, 광명시 직영 개발지역동물돌봄센터 ‘길동무’. 고양이 코코와 오지영 광명길고양이친구들 대표(오른쪽)./사진=남형도 기자

이와 함께 재개발지역 내에서의 좀 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보호시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주하기 힘들 만큼 아프고 약한 고양이는 구조해 치료해줘야 하고, 재개발 현장서 다칠 위험도 있으며, 중성화 후 회복할 공간도 절실해서다.

재개발지역 고양이들을 돌보는 광명의 ‘길동무’ 보호센터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광명시와 고양이 돌봄 단체인 ‘광명길고양이친구들’이 1년 넘게 논의하고 협력해 이뤄낸 성과다. 광명시는 공간과 평일 돌봄 인력, 사료와 모래, 항생제 등 소모품을 다 지원하고, 이 지역서 고양이를 돌봐 온 광명길고양이친구들은 구조한 고양이 치료비와 주말 돌봄 봉사를 부담하고 있다.

코코, 참 예쁘다./사진=남형도 기자
코코, 참 예쁘다./사진=남형도 기자

11일 오후, 광명시 하안동에 있는 ‘길동무’에 직접 가서 살펴봤다. 낯선 이의 방문에 호기심 보이며 다가오는 녀석도, 캣타워 위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 크진 않지만, 아프고 힘든 고양이들을 위한 치료실도, 중성화 후 회복하는 공간도 잘 마련돼 있었다. 광명 재개발지역서도 폐허 속 고양이들의 고단함을 본 터라, 안전한 데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 맘이 편했다. 좋은 곳에 입양 간 고양이도 80여 마리나 된단다.

힘들 때 쉬어갈 수 있는 곳은, 고양이에게도 무척 필요하다. 사람이 그러하듯이./사진=남형도 기자
힘들 때 쉬어갈 수 있는 곳은, 고양이에게도 무척 필요하다. 사람이 그러하듯이./사진=남형도 기자

오지영 광명길고양이친구들 대표“재개발지역에 있던 고양이들이 보호센터에 온 지 일주일만 지나도, 몰라볼 정도로 정말 상태가 좋아진다”“입양가서 보호자 만나면 더 좋아지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양이들을 입양 보내고, 아픈 애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시에서 노력해서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동그란 눈을 뜨고 마시던 커피 옆을 기웃거리던 코코도, 재개발지역서 이주하며 보호자가 버렸단 당당이도 좋아 보여 기뻤다. 나가기 전 만난, 재개발지역서 구했단 아기 고양이는 곧 입양 갈 예정이라 했다. 고양이만을 위한 공간이 곳곳에 더 많아졌음 좋겠단 생각을 했다. 고생 많았다고, 잘 살라고 눈으로 인사했다.

인간이 없는 세상의 고양이로 태어나기를. 고단한 삶 다 잊어버리기를./사진=모락모락 고양이 쉼터
인간이 없는 세상의 고양이로 태어나기를. 고단한 삶 다 잊어버리기를./사진=모락모락 고양이 쉼터

에필로그(epilogue).

흑석동 재개발 9구역의 고양이가 도로를 건너려 했다. 9구역과 11구역 사이 차도였다. 그때 내달리던 차에 치였다. 고양이는 아파트 단지 안, 흙이 덮인 곳까지 가까스로 들어왔다. 거기서 가쁜 숨을 쉬다가 고양이 별로 떠났다.

생략된 주어가 많아, 아무래도 다시 쓸까 싶다.

사람 때문에 집이 파괴될 위험에 처한 흑석동 재개발 9구역의 고양이가 도로를 건너려 했다. 9구역과 11구역 사이 사람이 만든 차도였다. 그때 사람이 운전해 내달리던, 사람이 만든 차에 치였다. 고양이는 사람이 다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 흙이 덮인 곳까지 가까스로 들어왔다.

거기서 가쁜 숨을 쉬다가, 비로소 사람이 사라진 고양이 별로 떠났다.

행복하자, 흑석9구역 어느 담벼락에 있던 문구. 고양이들과 함께한 하루 내내 중얼거리던 말이었다./사진=남형도 기자
행복하자, 흑석9구역 어느 담벼락에 있던 문구. 고양이들과 함께한 하루 내내 중얼거리던 말이었다./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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