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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만원 뷔페 오픈런 vs 4천원 도시락 불티…끼니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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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대 호텔 뷔페’가 연초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섰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식자재값 급등 등을 이유로 지난해 수차례 가격을 올리면서 1년 만에 40% 이상 가격이 인상된 곳도 있다. 그러나 뷔페 예약은 주말 주요 시간대를 중심으로 시초를 다퉈 마감된다. ‘노쇼’ 물량을 기다리는 예약 대기도 줄을 섰다. 한편에선 칼국수 한 그릇을 먹어도 1만원에 근접하는 값을 지불해야 할 정도로 크게 뛴 물가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끼니의 대표 주자인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겨울철 따끈하게 먹을 수 있는 국물 도시락부터 ‘가성비의 대모’를 내세운 도시락까지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끼 18만원에도 ‘예약 오픈런’

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 3대 호텔 뷔페로 불리는 서울신라호텔 ‘더파크뷰’와 웨스틴조선서울 ‘아리아’가 가격 인상에 나선다. 롯데호텔서울 ‘라세느’는 지난 1월 뷔페 가격을 인상했다. 더파크뷰는 저녁 뷔페 가격을 성인 기준 15만5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인상한다. 평일 점심도 14만원에서 16만8000원으로 올린다. 아침은 7만원에서 8만원이 된다. 직전 가격과 비교하면 인상 폭은 19~21% 수준이다. 더파크뷰의 지난해 1월 저녁 뷔페 가격은 12만9000원으로, 1년여 만에 가격이 43% 올랐다.

아리아도 3월부터 평일 점심이 12만5000원에서 14만5000원으로, 평일 저녁은 13만5000원에서 16만원, 금요일 저녁과 주말·공휴일은 15만원에서 16만5000원으로 오른다. 1년 새 22% 비싸졌다. 라세느는 지난 1월1일자로 가격을 올렸다. 주말과 평일 저녁은 15만원에서 16만5000원으로, 점심은 13만5000원에서 14만5000원으로 올랐다. 호텔 관계자는 “고급 식재료를 쓰는 데다 필요 수량도 많아 식자재 원가율이 상대적으로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른 가격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날짜에 뷔페 예약을 하기 위해선 대기하고 있다가 정시에 손빠르게 움직이는 ‘피켓팅’을 감당해야 한다. 3대 뷔페 모두 오른 가격이 반영되는 3월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열린 2월 초 이미 주말 주요 시간대 예약이 마무리됐다. 저녁 가격을 18만5000원으로 올린 더파크뷰는 3월 주말은 이미 만석이고, 주중도 빠른 속도로 예약 이뤄지고 있다. 다른 곳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호텔 뷔페는 ‘기분 낸 한 끼’의 정석으로 인식되면서 개인 모임이나 회사 회식 등으로도 많이 찾는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즐거운 한 끼를 위한 작은 사치로 이 정도 가격은 지불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소비 수준의 영향도 덜 받아 수요가 많다는 설명이다. 최근 1년새 가격이 40% 이상 가파르게 오른 곳도 있으나 한 끼 식사에 대한 이같은 인식 변화와 전반적인 소비 수준 향상 등으로 한정된 공급만큼의 수요는 늘 넘친다.

냉면 한그릇 1만원 시대, 편의점 도시락 인기

한편에선 지난해부터 치솟은 물가로 점심값 급등을 의미하는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 생기면서 평범한 한 끼에서 새는 돈을 줄이고자 하는 이들도 늘었다. 모바일 식권 서비스 기업 식신의 식신e식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1인당 평균 식대 결제 금액은 9633원으로 전년 동기 8302원 대비 약 16% 상승했다. 이 기간 서울은 9180원에서 1만2285원으로 33.8%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외식 주요 8개 메뉴(김밥·칼국수·자장면·삼계탕·삼겹살·김치찌개 백반·비빔밥·냉면) 가격은 전달대비 평균 0.5% 올랐다. 지난해 10% 상승에 이어 올해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상황 속 편의점, 마트 등의 도시락 이용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외식 물가의 가파른 상승에 집이나 학교, 직장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이 재조명됐다. 편의점 도시락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GS25 41.2%, 세븐일레븐 35%, CU 24.6% 등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16~30%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도 가성비를 앞세워 다변화하고 있다. 추운 겨울 따끈한 국물을 앞세운 계절성 도시락부터 넉넉한 인심에 ‘혜자롭다’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김혜자 도시락’도 부활했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에서 값싸고 편리한 국물 간편식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국물 도시락을 중점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순댓국 도시락이 출시 일주일 만에 세븐일레븐 도시락 판매 순위 ‘베스트5’ 안에 드는 등 인기를 끌면서 떡만둣국 도시락 등 자체 국물 간편식을 강화했다. GS25는 이달 중순 김혜자 도시락을 재출시한다. 2010년 9월에 첫 출시한 김혜자 도시락은 풍성한 구성을 앞세워 7년 판매기간 동안 총 40여종 상품으로 출시되며 누적 매출액 약 1조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끼니의 두 얼굴이 부의 양극화 영향뿐 아니라, 평소엔 한 푼이라도 아끼는 깐깐한 살림살이를 하다가 하루쯤 특별한 식사로 작은 사치에 나서는 소비 방식의 다양화 등 복합적인 영향이 발현된 현상으로 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싼 식사를 찾는 이들이 계속 찾는 수요도 있으나 평소엔 아끼다가 ‘스몰 럭셔리’를 위해 마음먹고 호텔 뷔페 예약에 나선는 이들도 있다”며 “올해 경기 불황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상반된 모습은 계속해서 관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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