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인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 열병식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일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이번 건군절은 북한이 의미를 두는 5년·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정주년)인 만큼 규모, 신형무기 공개 여부, 대남·대미 메시지 등에 관심이 모아진다.
군 관계자는 이날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전날 예상됐던 열병식은 개최되지 않았으며 오늘 야간 열병식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8년 9월 정권 수립 70주년 열병식까지는 대부분 오전에 개최했지만,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부터는 4번 연속 저녁이나 심야에 열었다. 2021년 1월14일 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과 같은 해 9월 9일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형형색색의 불꽃놀이와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장착한 군집 드론 비행 등을 선보이며 주목도를 높였다. 북한은 그동안 야간 열병식을 당일 0시에 개최해온 바 있다. 이번에도 8일 심야가 유력한 개최 시점으로 예상된다.
현재 열병식 행사장인 평양 김일성 광장 일대에 대형 스크린과 조명탑, 폭죽 장비 등이 설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상업용 위성사진에 포착된 열병식 연습장(미림비행장)의 대열로 볼 때 최대 1만여 명의 병력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신형무기도 대거 공개할 수 있다. 오는 4월까지 “준비를 끝내겠다”라고 예고한 군사 정찰위성의 공개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이번 열병식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군 정찰위성의 ‘진전’을 노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등장 여부도 관심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5일 김 총비서 참관 아래 ICBM급 추력 140톤포스(tf)의 신형 고체연료 로켓엔진 연소시험을 진행했다. 미림비행장의 열병식 예행연습 현장에서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으로 보이는 물체가 포착되기도 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6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 회의에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싸일(미사일) 총국’이라는 글자와 마크가 새겨진 깃발 사진을 공개되기도 했다. 마크에는 북한의 신형 ICBM인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지구 위로 날아가는 모습과 원자 등의 모습이 형상화돼 있다.
미사일총국은 핵·미사일 도발을 주도해온 기구로 보인다. 이번처럼 간접적인 방식을 포함해 북한 매체를 통해 미사일총국의 실체가 노출된 것은 처음이다. 사진에 노출된 미사일총국의 깃발은 전체 북한군을 지휘하는 노동당 깃발 바로 옆에 배치돼 있어 북한 군내에서의 위상이 상당히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열병식을 통해 의도적으로 존재를 드러낸 미사일총국이 주도한 진전된 도발 수단을 깜짝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북한은 지난 2018년 2월 건군절 열병식에서 ‘화성-14형’과 ‘화성-15형’을 공개하는 등 열병식을 신형 무기의 공개장으로 활용해왔다.
이밖에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대남용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의 등장도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31일 600㎜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 답례 연설 이후 직접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떤 대남·대미 메시지를 발신할지도 관심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원 총장은 “김 위원장이 열병식에서는 직접 연설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방력을 과시하기 위한 열병식인 만큼 강경한 대남·대미 메시지가 나올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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