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ESG’가 경영 화두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미 ESG는 기업 자금 조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됐는데요.
오는 2025년부터는 국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됩니다. 이에 기업들은 앞다퉈 ESG 경영 철학을 세우거나 ESG를 고려한 기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특히 다수 기업들의 경영목표가 ESG 중에사도 ‘E’에 해당하는 친환경에 집중되는 모습입니다. 기후위기 등으로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결과인데요. 이른바 친환경소비·책임소비 등이 주목받으면서 기업 차원의 친환경 활동이 곧 기업의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생산되는 제품들에 ‘탄소절감’, ‘무독성’, ‘리사이클링’ 등의 표현이 사용된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 이미지 세탁을 하는 기업도 등장했습니다.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인데요. 때로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무시한 채 재활용 등 친환경적인 일부 과정만을 부각하는 방식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를 ‘그린워싱’ 또는 ‘위장환경주의’라고 부르는데요.
◇가짜 친환경 표시·광고, 최대 징역 2년
최근 그린워싱을 표방하는 제품 광고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당 환경성 표시·광고로 적발된 건수가 무려 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부당 환경성 표시·광고 적발 건수는 272건이었는데요. 지난해 9월 기준 적발 건수는 1383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조사 건수 대비 적발 건수 비율은 2.2%에서 27.3%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심지어 그린워싱 사례의 70% 이상이 어린이 대상 제품에서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행정지도를 받은 1382건 중 1305건이 어린이사용추정제품인데요. 대부분 무독성, 친환경 등 실제와는 다른 거짓·과장 표시·광고를 했는데요. 이는 대표적인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 행위에 해당합니다.
가짜 친환경을 앞세운 그린워싱 기만행위가 늘어날수록 진짜 친환경기업들의 신뢰도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선의의 친환경제품 생산·유통 기업과 친환경 책임소비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건데요. 이를 방지하고자 환경부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환경기술산업법)을 통해 제품의 환경성 표시·광고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환경기술산업법
제16조의10(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금지 등) ① 제조업자, 제조판매업자 또는 판매자(이하 “제조업자등”이라 한다)는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하여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거짓ㆍ과장의 표시ㆍ광고
2. 기만적인 표시ㆍ광고
3.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ㆍ광고
4. 비방적인 표시ㆍ광고
제품의 환경성이란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서 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 등을 배출하는 정도 및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정도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를 말합니다. 환경성 표시·광고란 환경적 속성을 제품에 표시하거나 다양한 매체에 광고하는 것을 뜻합니다.
부당한 이익을 목적으로 거짓 또는 사실과 다른 환경성 표시·광고를 할 경우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에 해당하는데요. 예컨대 제품에서 비스페놀A(BP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환경호르몬이 없다’고 표시할 수 없습니다. BPA외에도 환경호르몬이 많기 때문입니다.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를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됩니다. (환경기술산업법 제34조)
◇이런 표시·광고는 ‘그린워싱’ 의심해야
기업이 친환경제품을 선보이며 △용기 중량을 감소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하거나 △일반 플라스틱 합성수지를 바이오 플라스틱/재생 플라스틱으로 대체한다고 표시할 수 있는데요. 이 같은 내용은 사실이더라도 그린워싱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제품 생산의 전 과정을 고려했을 때 환경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린워싱이 아닌 환경성 표시·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사실에 근거해 입증할 수 있는 내용만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포장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15% 절감했다거나 생분해성 수지를 100% 사용해 퇴비화 조건에서 180일 이내 90% 이상이 분해된다는 식입니다.
미국의 OCS인증이나 독일의 FSC인증 등 해외에서 운영하는 환경표지제도에 따라 인증을 받은 국내 기업 생산 제품들도 있는데요. 해외인증을 받았더라도 제품 생산의 전 과정을 고려한 환경성 개선이 있어야 국내에서도 친환경 표시·광고가 가능합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주장하기 위해 스스로 친환경을 표방하는 마크를 디자인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구체적인 설명 없이 국가인증마크와 유사한 마크를 사용한다면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 마크 사용 기준 및 운영지침을 마련하고 제품의 포장이나 홈페이지 등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기업자가마크임을 명시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환경부·공정위, 그린워싱 감시 강화
현행 환경기술법은 환경성 표시·광고 위반 시 처벌로 벌금과 부당이득 환수 차원의 과징금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행 규정상 벌금을 물기 위해서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며 과징금을 징수하기 위해서는 부당이득을 산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업이 단순 부주의로 규정을 어긴 경우 행정지도에 그치는 사례가 많았는데요.
이제 기업의 그린워싱에 대한 제재가 강화됩니다.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자원순환·기후 분야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환경성 표시·광고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내에 과태료 부과 규정을 담은 환경기술산업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또 공정위는 지난달 26일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하며 표시광고법 관련 지침(공정위 예규) 개정 계획을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거짓·과장으로 판단된 광고에 대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으로 제재할 수 있는데요. 현행 심사지침에 더해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사업자의 안전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세부 판단 기준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현행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에 따르면 사업자는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해 환경성 표시·광고를 해야 합니다. 인체·환경 유해성물질의 함유·배출량 저감과 관련한 용어 및 표현을 사용할 때에는 그 기능이나 효능을 발휘하는 주성분과 그 함량을 나타내야 합니다. 에너지 절약·저감 관련 용어나 표현의 사용에서도 그 절감량이나 비율을 구체적으로 나타내야 합니다.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관련해서는 그 대상이 상품 또는 포장인지 혹은 그 일부분인지에 대한 표시가 명확해야 합니다.
아울러 사업자에게 인체 무해, 안전성 입증 등 표시·광고에 사용된 표현에 대한 입증책임이 부과됩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구체적인 위반 사례와 체크리스트 등을 담은 기준을 연내 마련할 계획입니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임수정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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