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시험을 봤더니 985점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왕 985점 맞은 거 990점 만점에 도전해보자’ 한 거죠”
두 손녀를 둔 평범한 60대 할머니 정윤선(64) 씨가 최근 토익 만점을 받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5일 대구 MBC에 따르면 대구 동구에 사는 주부 정 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치러진 제478회 토익(TOEIC) 시험에서 990점 만점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기준 토익 유효 성적 보유자 가운데 최고령 만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과거 미국 생활에서 토익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미국에 처음 갔을 때는 영어가 전혀 안 들렸고, 더군다나 말하는 건 엄두를 못 냈다”며 “생활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해야 해서 토익 공부를 시작했다. 내게 필요한 영어가 토익책에 다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토익을 공부하다 보니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도 “주부이다 보니 영어를 쓸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 씨가 최근 토익 시험을 보게 된 이유는 대학원 졸업 때문이다. 그는 “사이버 대학원 입학을 하게 됐는데 졸업하려면 자체 시험을 보든가 영어 공인영어시험 점수를 내야 했다”며 “(과거에) 토익을 했으니까 그걸로 대체하자 싶어서 공부했다. 그러자 985점이 한 네 번 정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토익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실용적인 영어 구사 능력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공인영어시험으로, 진학과 구직 등에 가장 널리 활용된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대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토익점수는 846점으로, 만점은 드물다.
“문제집 닳도록 공부…소음 적은 대학교 시험장 좋아”
정 씨는 토익 만점 비결을 묻는 말에 “일단 기본에 충실했다”고 답했다. 그는 “단어집은 예문을 통째로 외울 정도로 철저하게 공부했다”며 “단어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문장을 알아야 하므로 문법도 문제집이 닳도록 공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단어를 공부할 때 반드시 예문을 같이 공부해서 그 쓰임새와 뉘앙스를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익은 전체 200문항 중 절반은 LC(듣기평가)로 구성돼 있다. 이에 정 씨는 “원어민이 내는 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단어의 뜻을 알더라도 자신이 기억하는 발음이 잘못되면 제가 어디 가서 쓸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고 원어민이 말하는 것이 들리지도 않는다”면서 “반드시 단어집에 나와 있는 원어민의 MP3 녹음을 귀에 익숙해지도록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험장 선택’의 팁도 전했다. 정 씨는 “시험을 볼 때 시간 배분이나 시험장 선택도 중요하다”며 대학교 시험장을 추천했다. 그는 “제가 중학교에서도 보고 고등학교에서도 보고 했는데, 대학교 시험장이 정말 좋더라. 책상도 넓게 쓸 수 있고 스피커도 정말 빵빵하게 잘 나오고 무엇보다도 화장실도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어 “리스닝을 할 때 그야말로 작은 소음 하나라도 들리면 집중력이 흩어지는 경우가 있다. 중고등학교는 골목이나 번화가 그런 데 많은 데 비해 대학교는 한적한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소음이 안 나는 곳을 선택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토익은 나에게 고마운 존재”라며 “토익 때문에 한국에서는 주부 위치에서 벗어나 자원봉사와 재능기부, 강의 등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토익 만점 할머니’ 채널에서 영어 공부를 재밌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아이들이 보면 영어 유치원이나 영어 학원에서 영어를 공부하는데 전부 미국 동화책이나 미국 교과서로 공부한다”며 “이 아이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우리의) 전래동화로 영어를 가르치고 또 연계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