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00일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광장에 기습 설치된 시민분향소를 두고 유가족과 서울시가 대립각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분향소를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이날 오후 1시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4일 기습적으로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서울시는 전날 입장을 내고 “통보 없는 기습 시설물 설치에 거듭 유감을 표한다. 유가족분들이 마음 깊이 추구하시는 국민 공감을 얻기에도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행정집행 계획은 변함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 시설물로 인한 안전 문제, 시민들 간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가족분들은 이태원 멀지 않은 곳에 상징성 있고 안온한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셨다. 그래서 녹사평역 내에 우천 시에도 불편함이 없고 충분한 크기의 장소(녹사평 역 조문 공간)를 제안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광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에 사용신고서를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지 않고 광장을 무단 점유한 경우 시설물의 철거를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반면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할 수 없다는 뜻을 견지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서울시의 입장에 “추모공간 마련에 협조하겠다는 서울시장의 약속을 믿고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인근 세종로공원에 분향소 설치를 타진했으나, 시는 분향소는 물론 100일 시민추모대회 광화문 북광장 사용도 불허했다”며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추모를 침묵시키려는 노골적인 조치다”라고 반발했다.
대책회의 관계자도 “지하 4층에 마련돼 찾아가기 어려운 녹사평역에서 조문을 받을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유족 측은 서울시가 제시한 자진 철거 시한을 앞둔 이날 오전까지도 분향소 철거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오전 “자진 철거 없이, 강제 철거가 들어오더라도 버티며 그냥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광화문 광장 추모 천막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월호 유족들은 참사 약 3개월 후인 2014년 7월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 천막 14개를 설치했다. 이후 중앙 정부의 편의지원 요청에 고(故)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화답하며 설치가 용인됐다. 하지만 14개 중 3개가 형식상 불법시설물이란 것이 밝혀지며 철거 여부를 두고 사회적 갈등이 촉발됐다. 일부 보수 단체 등은 고 박 전 시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족과 시민단체 반발로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었다.
이후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이유로 2021년 11월 서울시의회 앞에 천막 대신 임시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해 6월부로 임시공간 운영 기간이 지났다며 단전·단수를 통보하는 등 사실상 철거 의사를 밝혔다. 이에 4·16연대는 지난달 11일부터 ‘세월호 기억공간 지키기’ 1인 시위를 진행하며 갈등은 현재진형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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