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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째 인구 순유출 부산, 이 거리서 청년유입 대반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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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부산 스타트업 성지로 떠오른 해운대 센텀기술창업타운(CENTAP·센탑) 로드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발전해 가는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시티/사진=해운대구청

“날고 기는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강남 테헤란로의 축소판 정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27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그린타워 18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박준상 시리즈벤처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빼곡히 들어선 고층 빌딩숲 사이로 점심시간 무리 지어 나온 젊은 직장인들이 식당을 찾아 바삐 이동하는 모습이 마치 강남 테헤란로 또는 판교테크노밸리의 점심시간 풍경처럼 활기 넘쳤다.

시리즈벤처스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대표 액셀러레이터(AC)로 최근 155억원 규모의 창업 펀드를 결성하는 등 동남권 스타트업 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곳이다. 박 대표로부터 부산 지역 혁신 생태계 현황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부산광역시는 지자체 처음으로 팁스(TIPS) 사업을 도입, 기술창업 지원 플랫폼 센텀기술창업타운(CENTAP·센탑)을 구축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투자자본이 풍부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발표한 ‘지역별 창업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은 2016년 7만2442개에서 2021년 8만2845개로 연평균 2.72% 성장률을 나타냈다. 조사지역인 대전시(2.71%), 대구시(1.28%), 전라도(2.13%), 울산시(-2.18) 등 5개 지역에 비해 높다.

센탑/사진=부산시청

시너지벤처스가 입주해 있는 센텀그린타워는 센탑 옆 건물로 신용보증기금 부산스타트업지점과 같은 투자기관를 비롯해 보안업계 대표 스타트업인 지란지교시큐리티 등 다수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맞은편엔 디지털 기술에 특화된 동서대 센텀캠퍼스, 그 뒤로 부산콘텐츠코리아랩 등이 자리해 부산을 대표하는 ‘산학연 클러스터’로 성장하고 있다.

박 대표는 “부산시가 북항재개발구역 1단계 복합항만지구에 ‘스타트업파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부산역과 북항 일대에 혁신 창업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이곳과 쌍벽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창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부산창업청’도 내년 상반기 설립된다. 동남권 스타트업 성장 거점 조성을 목표로 한 부산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센탑에서 만난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창업 관련 사업을 하다못해 구청도 하는 등 파편화돼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먹거리가 많아 보일지 몰라도 중복되고 사이즈가 너무 작아 행정처리만 많을 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산창업청이 생기면 중복사업 정리로 과제수는 줄지 몰라도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사업이 제대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부산의 강점은 기술보증기금, 한국거래소 등 금융기관 이전으로 투자환경이 개선됐고, 지자체 주도로 벤처펀드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부산창업청설립추진단에선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 조성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 대표는 “부산시는 ‘한국벤처투자 부산판’을 만들고 싶어한다”면서 “(박형준 시장) 공약대로 1조2000억원 규모 부산 모태펀드가 조성되면 지역 창업 생태계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졸업후 일자리가 없어 25세 이상 청년이 꾸준히 유출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는 총 1만3500여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20대 미만을 뺀 모든 연령층에서 순유출됐으며, 이유는 취업이 가장 많았다. 부산지역 인구 순유출은 34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젊은이들에게 취업을 알선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이런 문제를 풀겠다는 게 부산시의 입장이다.

그러나 풀어야할 숙제가 가득하다. 통계청이 2021년 발표한 ‘지역별 신생기업 생존율’을 보면 부산 창업기업의 경우 1년차에 64.9%에서 5년차에 이르러선 32.4%까지 떨어진다. 이는 부산 지역 기술 기반 창업기업 증가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부산 기술창업은 2016년 1만833개에서 2021년 1만1367개로 연평균 증가율이 0.97%에 그친다. 대전시(2.73%), 전라도(2.07%)와 큰 차이를 보인다. 박 대표는 “생계형 창업이 다수인 탓에 생존률 높은 기술창업이 저조하고, 부산의 주력산업과 창업기업의 사업모델 간 간극도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부산 공공기관 투자심사에 가보면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이런 기업을 밀어주는데 막상 이 기업들은 성장하면 죄다 수도권으로 사무실을 옮긴다”고 했다. 이어 “부산의 전통산업이자 주력인 조선·물류·관광 쪽은 관련 기업과 인프라도 잘 갖춰진데다 대학 전공자 등 관련 인력도 많아 지역을 떠날 이유가 없다”면서 지역에 특화된 기술창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력산업 분야에서 은퇴한 인재들의 축적된 기술과 젊은이들의 IT기술력을 결합시켜 딥테크(첨단기술) 창업을 이루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진흥원의 액셀러레이터 등록 현황(2022년 기준)을 보면 부산은 민간 AC(17개), 창조센터(1개), 기술지주(2개), 신기술사업금융회사(1개), 신사업창업사관학교(1개) 등 총 22개가 있다. 하지만 민간 AC의 경우 간판만 달고 실제로 활동 중인 AC는 2~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부산시 창업 투자·지원기관의 활동이 취약하다는 점도 넘어야할 과제다.

박 대표는 지역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기업가치 측정에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간혹 생긴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남권 신선식품 배송 전문 스타트업 A사의 경우 작년 매출이 250억원대로 손익분기점도 달성했고, 수억원의 순이익도 올렸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는 서울 B사보다 기업가치가 4분의 1 수준으로 책정됐다”며 “투자시장에 지역 디스카운트(저평가)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김선우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장은 이에 대해 “부산내 창업기업의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대형·고성장을 유도하는 맞춤형 지원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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