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망규명위, 1988년 사건 진상규명…국방부에 순직 재심사 요청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병영 부조리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던 병사가 숨겨졌던 사망 원인이 밝혀져 명예를 회복할 길이 생겼다.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30일 제59차 정기회의를 열고 1988년 숨진 강모 일병 사건의 개요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강 일병은 ‘빈곤한 가정환경 및 애인 변심 등을 비관하는 한편 휴가 중 저지른 위법한 사고에 대한 처벌을 우려하다가 자해 사망’했다고 군 기록에 남았다.
그러나 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강 일병은 가정환경이 유복했고, 애인은 없었으며, 휴가 중 사고를 저지른 바도 없었다.
오히려 사망 전날 있었던 상급자 전역식에서 상급자가 구토하자 토사물을 먹으라는 강요를 당했으며 이를 거부하자 구타를 당했고 이로 인한 모욕감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위원회는 판단했다.
위원회는 “개인적 사유가 아닌 부대 내의 만연한 구타·가혹행위 및 비인간적 처우 등이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1982년 숨진 김모 병장 사건의 개요도 공개됐다. 김 병장은 연말 재물조사 결과보고서를 잘못 작성해 인사계로부터 질책받고 이를 비관해 숨졌다고 군 기록에 기재됐다.
조사 결과 김 병장은 수년간 누적된 보급품의 손·망실 상황을 발견하고 보고했는데 이에 대해 부대에서 그에게 손실분을 채워놓으라고 요구해 심한 압박에 시달렸음이 파악됐다.
김 병장이 숨진 후 군이 부대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종용하고 또 유가족이 원인을 알지 못하도록 고인과 고향이 같은 부대원은 급히 전출시키는 등 은폐 시도가 있었던 점도 드러났다.
위원회는 강 일병과 김 병장 사망 구분을 순직으로 재심사해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줄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이날 정기회의에서 위원회는 1994년 훈련 중 열사병 증상을 호소하며 쓰러진 뒤 상급자에게 구타당하고 방치돼 숨진 군인, 1953년 6·25전쟁 중 실종됐다고만 기재됐으나 실제로는 적군 폭격으로 숨진 노무자 등의 사망 원인을 규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진상 규명된 사건들은 일정 기간 경과 후 공개가 가능하다.
위원회는 이날까지 이미 접수된 1천787건 중 1천510건을 종결하고 277건을 처리 중인 상태다.
위원회는 오는 9월로 예정된 활동 종료 전에 모든 진정 사건의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정기회의 외에 임시회의 등을 열어 속도를 낼 계획이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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