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가 경찰관들의 흑인 운전자 타이어 니컬스에 대한 집단 구타 사망 사건으로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진압 당시 경찰관들의 태도가 공개돼 여론이 더욱 들끓고 있다.
타이어 니컬스(29)가 몰매를 맞으며 울부짖는 상황이 마치 일상적인 일인 듯 잔혹한 진압을 이어가는 모습이 오롯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다.
28일(현시지간) AP 통신은 전날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경찰이 공개한 경찰 보디캠 영상을 상세히 분석해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경찰이 공개한 67분 분량의 경찰 보디캠 영상에 대해 “당신이 사건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면,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된 니컬스가 거기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P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8시 24분께 귀가 중이던 니컬스를 난폭 운전 혐의로 불러세운 경찰은 처음부터 거친 욕설을 내뱉는 등 시종 위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애초 운전석에서 끌려나온 니컬스는 ‘알았다'(alright)라고 여러 차례 반복하며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경찰관이 시킨 대로 땅바닥에 드러누워서도 “나는 그저 집에 가려는 것일 뿐”이라며 “당신들은 지금 과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차분히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관들이 이를 무시한 채 엎드리라고 소리치며 “테이저건을 쏴”라는 말까지 하자 니컬스는 동요한 듯 일어나 도망치려고 시도했다.
AP 통신은 67분 분량의 영상을 분석하며 “당신이 사건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면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된 니컬스가 거기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수갑이 채워진 채 널브러진 피해자를 길바닥에 수십분간 방치한 채 천하태평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목과 발길질은 물론 무차별적으로 물리력 가한 경찰들
경찰은 그를 붙들고는 주먹과 발길질을 가하는 것은 물론 진압봉을 휘두르고 테이저건을 발사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물리력을 가했다. “엄마, 엄마”를 부르짖던 니컬스는 눈물과 통증을 유발하는 ‘페퍼 스프레이’를 얼굴에 맞은 데 이어 추가 구타를 당한 후 완전히 제압됐다. 차가 처음 멈춘 지 14분만인 8시 38분이다.
AP는 “니컬스의 신음이 잦아들자 경찰관들은 거리를 서성이며 동료와 수다를 떠는가 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자약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제압한 후 몇분의 시간이 지나자 응급의료 요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응급의료 요원조차 니컬스의 상태를 제대로 들여다보거나 치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 20여분이 더 흐르고서야 구급차가 왔다.
AP는 “조용한 거리 한구석에서 무용담을 나누고, 주먹 인사와 함께 등을 토닥이는 경찰관들의 행동을 보면 좀처럼 괴로워하지도 다급해하지도 않는 듯했다”고 언급했다.
힘없이 땅바닥에 누워 몸부림치는 니컬스에게 한 경찰관이 “넌 아무 데도 못 간다”고 여러 차례 윽박질렀다며 “경찰관들에게 이런 종류의 상황이 얼마나 일상적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AP는 전했다.
美멤피스 경찰, 흑인운전자 구타·사망 경찰 소속 ‘전갈부대’ 해체
세를린 데이비스 멤피스 경찰서장은 이날 니컬스를 집단으로 구타한 경찰관 5명이 소속됐던 ‘스콜피온’ 특수부대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부대를 해체한다고 밝혔다. 니컬스의 유족은 이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영어 약자로 ‘우리 이웃의 평화 회복을 위한 거리 범죄 소탕작전'(SCORPION·Street Crimes Operation to Restore Peace in our Neighborhoods)을 뜻하는 스콜피온 부대에는 경찰관 30여 명이 배속돼 강력범죄 대응 치안 임무를 수행해왔으나, 지난 7일 구타 사망사건 이후에는 활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런 조치에도 미국 사회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전날인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대 일부가 경찰과 충돌하며 3명이 체포되는 등 격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니컬스 사망 이슈는 현재 미국 정치계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 차기 대선 재도전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AP 인터뷰에서 니컬스 구타 영상에 대해 “끔찍하다”며 “절대로 일어났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니컬스가 경찰관의 욕설 세례 속 ‘엄마’를 찾으며 울부짖는 장면을 언급하며 “매우 슬픈 순간”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A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권력 집행을 강조하는 입장이었다며 3년 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 물결을 불러온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당시에도 경찰권 집행을 강화하는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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