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요금과 유류비가 인상되면서 도마 위에 오른 ‘난방비 쇼크’ 이후 횡재세(windfall tax)가 관심의 초점으로 등장했다. 서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초과 이익을 얻은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을 걷어 취약계층 혹은 소상공인들의 에너지 이용에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횡재세는 이미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 여러 형태로 도입된 정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난방비 급등 문제와 관련해 횡재세 도입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최근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직원들에게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상여금이 지급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수를 지급한 것은 권장할 바이긴 한데, 과도한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유럽 등에서 채택하는 횡재세만큼은 아니더라도 부담금 등을 통해 국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상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횡재세란 말 그대로 정부 정책이나 대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운 좋게 얻은 초과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부분에 대해 보통소득세 외에 추가로 징수하는 소득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연말·연초를 맞아 전해진 정유사들의 성과급 소식 역시 횡재세 도입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이미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은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지난해 9월 ‘연대기여금’라는 이름의 횡재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 역시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20일 “우리의 지구가 불타고 가계부가 쪼그라드는 가운데 화석연료 업계는 보조금과 횡재이익으로 수천억달러의 돈방석에 앉았다”면서 “모든 선진국에 화석연료 회사들의 횡재이익에 대한 세금 부과를 촉구한다”라며 횡재세 부과를 공식 요청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논의가 이뤄졌다. 고물가, 고유가로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을 위해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초과 이익을 환수해 고통 부담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9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국내 정유 4개사와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초과 이익에 대해 50% 세금을 물리는 ‘한국판 횡재세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석유·가스 기업에 횡재세를 징수하고, 이 중 일부 세액을 소상공인의 에너지 이용을 안정화하는 일에 사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번 논의가 실제 횡재세 도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지수다. 에너지기업은 손실 보전은 해주지 않으면서 초과 이익에만 세금을 물린다는 점, 이미 법인세를 내는 기업에 횡재세까지 부과하면 이중과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횡재세 도입에 반대한다.
또 횡재세 도입으로 부담이 커지면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에너지 가격이 더 올라가는 역효과를 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정부도 앞서 횡재세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유업계의 호실적이 예상됐던 지난해 7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정부 질문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기업들에 대해 결과적으로 대차대조표상, 손익계산서상 좋아졌다고 횡재세라고 접근하는 방식은 조심스럽게 가야 한다”라며 “법인세를 제대로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횡재세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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