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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돌본 뇌병변 딸 살해한 엄마 법원서 선처…검찰도 항소 포기

아시아경제 조회수  

법원이 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어머니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선처하자 검찰도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인천지검은 최근 살인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A(64·여)씨의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시민위원회 심의와 내부 검토를 거쳐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형사사건의 항소 기간은 판결 선고 다음 날부터 1주일(주말·공휴일 포함)이며, 지난 19일 선고한 A씨 사건의 항소 기간은 지난 26일까지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검찰은 구형량의 절반 이하의 형이 선고되면 항소한다.

그러나 검찰은 A씨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A씨가 장애인 딸을 장기간 진심으로 돌보며 간병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고, 딸이 중증 뇌병변 장애에 대장암 진단까지 받아 의사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쇠약한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또 교수·주부·시민단체 활동가·가정폭력 상담사 등 10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항소 부제기’ 의견을 검찰에 낸 점과 유사 판결 사례 등을 종합해 검토한 끝에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죄에 상응하는 처벌’은 형사법의 대원칙으로,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의 정상을 두루 살펴 국가공동체에서 수용할 수 있는 처벌수준을 고민하는 것이 검사의 책무”라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생명권 박탈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고,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검사가 법원에 피고인의) 선처를 요청하면 생명 침해를 가볍게 생각하고 유사 사건에서도 선처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 구형은 징역 12년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 자신도 정신적·신체적 고통으로 심신이 약해져 대안적 사고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전문의 감정이 있었고, 피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역시 제한적이었다”며 항소 포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법원도 지난 19일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이 대장암 진단 후 항암치료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딸의 모습을 보며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고,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선처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인천 연수구 자신의 집에서 30대 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B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으며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냈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딸을 대소변까지 받아 가며 38년간 돌봤다.

그는 법정에서 “그때 당시에는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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