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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전기·지하철·택시·맥주…서민 ‘물가폭탄’에 비명

아시아경제 조회수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

난방비 폭탄에 이어 지하철과 버스, 택시 요금까지 줄줄이 인상을 대기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4월 지하철·버스 요금 300~400원 인상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시는 다음 달 공청회를 열고 300원과 400원 등 두 가지 인상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지하철 기준으로 요금이 300원 오르면 24%, 400원 오르면 한꺼번에 32%가 인상된다. 교통카드 기준으로 지하철은 현재 1250원에서 1550~1650원, 버스는 1200원에서 1500~1600원으로 오른다.

지하철과 버스는 시작이다. 택시부터 전기·가스, 상하수도 등 모든 공공요금이 이미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는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된다.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거리도 현재의 2㎞에서 1.6㎞로 줄고, 거리당·시간당·할증 요금 등도 모두 오른다.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요금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세 차례(4·7·10월)에 걸쳐 kWh(킬로와트시) 당 19.3원 오른 데 이어, 이달부터 13.1원이 추가로 인상되면서 2차 오일쇼크 시기였던 1981년 이후 42년 만에 최고 인상 폭을 기록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4022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2분기에 전기요금을 더 인상할 방침이다.

지난해 네 차례 걸쳐 38%나 오른 가스요금도 2분기 이후 지난해의 1.5~1.9배 더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1Mcal(메가칼로리)당 주택용 열 사용요금(난방·온수 사용량을 계량기로 검침해 부과하는 요금)은 지난해 3월 말 65.23원, 4월 66.98원, 7월 74.49원, 10월 89.88원으로 올랐다.

생수와 소주·맥주의 가격도 오른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다음 달 1일부터 삼다수 출고가를 평균 9.8% 인상한다. 대형마트 기준 병당 2ℓ 1080원, 500㎖ 480원으로 오른다.

수입 맥주 1위 하이네켄은 다음 달 10일부터 전 제품 가격을 7~10% 인상할 예정이고, 하이트진로도 일부 수입 맥주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소주의 핵심 주원료 주정값과 병뚜껑 가격이 오른 데 이어 올해 빈 병 값이 인상되자 소줏값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가 오는 4월부터 맥주와 탁주에 붙는 세금을 ℓ(리터)당 각각 885.7원, 44.4원으로 인상한다. 주류업계가 주세 인상 때마다 출고가를 올린 만큼 주세 인상 시기에 맞춰 출고가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1%로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문제는 공공요금 인상이 다른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그 피해가 주로 서민들에 집중된다는 데 있다. 특히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인하했지만, 공공요금은 인상하고 임금 인상 자제를 압박하는 이중적 태도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직장생활 15년째인 김현정 씨(42)는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 나는 요즘”이라면서 “추위를 못 견뎌 난방을 많이 트는 편인데,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격이다. 공공요금 인상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한꺼번에 30% 넘게 올리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한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이 다른 물가의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국민들이 불신하지 않도록 올해 물가상승 목표치인 3%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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