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다시 발생할 전염병 팬데믹에 대비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기로 하면서 관련 스타트업들은 물론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자금을 투입한 투자사들도 미소를 짓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지금은 관련 플랫폼이 30여개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랫폼은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했고, 사업적 측면에선 성장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더군다나 현행법상 비대면 진료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라 언제 사업이 중단될지 모르는 위기 속에 있었다.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으로 관련 스타트업과 투자사들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24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투자 혹한기 상황에서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스타트업에는 꾸준히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메듭(MEDB)’을 운영하는 메디르는 이달 초 후속 투자를 유치하며 66억원 규모로 프리 시리즈A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3월 카카오벤처스와 두나무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21억원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이후 9개월 만에 이뤄진 후속 투자다. 투자는 IMM인베스트먼트가 주도했으며 KT인베스트먼트와 시드 단계 때 투자했던 500글로벌이 다시 참여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를 운영하는 메라키플레이스는 지난달 62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시드투자를 주도했던 베이스인베스트먼트가 이번 투자도 리드했다.
이외에 KB인베스트먼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코웰인베스트먼트, 테일, 굿워터캐피탈 등 국내외 벤처캐피탈(VC)이 신규 투자로 참여했다. 기존 투자사인 스프링캠프와 패스트벤처스는 후속 투자에 나섰다.
대규모 자금조달한 ‘3강’…아성에 도전하는 플랫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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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기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에서 ‘3강’으로 꼽히는 곳들은 이미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상태다. 닥터나우는 지난해 6월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52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닥터나우의 투자에는 네이버,
미래에셋벤처투자, 소프트뱅크벤처스, 새한창업투자, 해시드, 크릿벤처스, 미래에셋캐피탈, 앤파트너스, 스프링벤처스,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굿워터캐피털,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등 쟁쟁한 곳들이 참여했다.
굿닥은 지난해 5월 21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2020년 7월 기업가치 극대화 및 기업공개(IPO)를 목적으로 모회사
케어랩스에서 물적분할된 이후 첫 외부 투자 성과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당초 목표했던 200억원을 상회했다는 설명이다.
투자에는 삼성벤처투자를 비롯해 마젤란기술투자, KB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 디티앤인베스트먼트, 보광인베스트먼트, 이앤벤처파트너스, 티인베스트먼트, 케어랩스 등이 참여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를 서비스하는 블루앤트는 2021년 1월 5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른 주자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국내 첫 병의원 모바일 접수 플랫폼 ‘똑닥’을 출시한 비브로스는 2020년까지 누적 388억원을 조달한 뒤 비대면 진료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3강 구도에 도전 중이다.
또 △아이케어닥터(솔닥) △엠디스퀘어(엠디톡) △비플러스랩(어디아파) △모션밸리(닥터벨라) 등이 수십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뒤 사업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규제 영역에 있는 스타트업은 ‘대박 성공’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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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시장의 경쟁 구도가 가열되는 가운데 정부는 최대한 빠르게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비대면 진료 기술 개발과 실증 연구에 399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 같은 흐름을 봤을 때 비대면 진료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스타트업 및 투자사들의 전망이다. 제도적 정착과 함께 시장이 커지면 스타트업은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고, 투자사는 엑싯(Exit, 투자금 회수) 기회가 넓어진다.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대표는 “규제가 엄격한 분야의 극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대부분은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합리적인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고 회사가 잘 되면 더 높은 지분율은 더 높은 수익을 만든다”며 “어차피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은 5% 미만이다. 규제가 심한 분야의 스타트업 성공 확률이나 규제가 없는 분야의 스타트업 성공 확률이나 둘 다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이유는 이런 회사들이 성공하면 대박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며 “망하면 그냥 일반적으로 망하는 스타트업과 똑같이 손실이 발생하지만 잘 되면 그냥 잘되는 게 아니라 만루홈런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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