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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고액알바’의 덫③]잡고보니 또 다른 피해자…막막한 피해회복

머니투데이 조회수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부산에 거주하는 장모씨는 ‘대리베팅’ 사기 피해자다. 대리베팅을 가장해 온라인 도박에 끌어들인 뒤 수십배의 수익이 나도록 승률을 조작한다. 피해자가 수익금을 출금하려고 할 때 출금을 위해서는 사기범들은 정회원 가입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추가입금을 요구한다.

사기 조직은 장씨에게 수익금 출금을 위해 3개의 계좌에 9800만원을 입금하도록 했다. 사기임을 인지한 장씨는 계좌주 A, B, C씨 3명에게 사기 범죄에 책임이 있다며 부당이익금을 반환을 위한 민사소송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정에 나타난 계좌주들도 모두 사기 피해자였다.

A씨의 경우 대리베팅의 피해자였다. A씨는 법정에서 자신도 대리베팅 사기 피해자고 피해금 일부를 돌려받는 조건으로 통장을 조직에 넘겼다고 진술했다. A씨가 넘긴 통장이 장씨를 속이는데 사용된 것이다.

B씨는 로맨스스캠의 피해자였다. 만 41세로 결혼적령기를 지난 B씨는 결혼상대를 찾으라는 모친의 독촉 때문에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썼고 그곳에서 김모씨를 만났다.

B씨는 김씨와 매일 연락하다 연인으로 발전했다. 김씨는 자신이 한국증권회사 일본 주재원으로 장기 해외 출장 중인데 해외 투자를 위해 계좌를 빌려 달라고 했다. B씨는 6000만원과 함께 계좌를 빌려줬다. 이후 사기 범죄 피해자로 지난해 7월 서울 방배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C씨는 78세 노인이었다. 대출을 해준다는 말에 속에 계좌번호를 사기조직에 넘겼다고 진술했다.

법원에 자필로 쓴 준비서면을 보낸 C씨는 78세 노인으로 ‘계좌번호(통장)은 대출해 준다고 해 카카오톡으로 보내줬다”며 “(수사과정에서) 잃어버렸다고 말한 건 비밀 번호를 잊어버렸다는 것”고 말했다.


‘피해복구 해준다’며 접근하는 2차 사기도 기승

보이스피싱과 대리베팅 사기 등 피해복구가 어려운 사기 피해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악용해 ‘피해금을 돌려받도록 도와주겠다’며 2차 사기를 벌이는 이들도 있다.

30대 직장인 D씨는 2021년 9월 ‘인스타 대리베팅’ 사기로 1억 2000여만원의 피해를 봤다. D씨는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D씨가 쓴 글에 2차 사기범 오모씨가 댓글을 달았다.

오씨는 “우리 형이 경찰이라 잘 아는데 대리베팅이나 보이스피싱 피해는 복구하기 어렵다”며 “내가 해커인데 대리베팅을 한 카지노 홈페이지를 해킹해서 들어오는 다른 피해자 돈을 돌려겠다. 경찰 신고보다는 이게 낫다”고 말했다.

D씨는 1차 사기 피해금이 1억2000만원 중 절반가량이 대출 받은 돈이었다. 대리베팅 사기는 ‘재화와 용역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보이스피싱과 구분돼 현행법상 대출을 받더라도 사기 피해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는 피해자가 부담해야 한다. 금리가 오르자 부담이 커진 D씨는 오씨에게 피해복구를 부탁했다.

오씨는 1200만원을 요구한 후 추가로 900만원을 더 입금하라고 했다. D씨는 추가 대출을 받아 900만원을 입금한 다음날 오씨의 행각이 사기임을 알아차렸다.

D씨는 곧바로 경찰에 오씨를 신고했다. 경찰 수사는 9개월 이상 걸렸다. 오씨 사기 행각으로 전국에 피해자들이 흩어져 있었던 사건이 병합되는데 시간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7월 사기와 사기미수 등 6개 범죄 혐의를 받는 오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오씨는 코인사이트 투자·환율 마진거래·주식 리딩방·비트코인 등 투자사기 피해자에게 접근해 피해금을 되돌려주겠다며 2차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오씨는 형량을 낮추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100만원을 우선 돌려줄 테니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D씨는 “그 사람이 정상적으로 돈을 벌 수 없는 사람인데 100만원을 돌려주려면 또 다른 사기 피해자들에게 사기를 칠 같아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D씨는 지난해 12월 경찰로부터 1차 피해를 당한 대리베팅 사기범죄 수사가 중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D씨가 피해금을 입금한 통장은 6개였는데 계좌주가 모두 사기 범죄 피해자였고 상선을 추적할 단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5만5715건의 사이버 사기가 발생했다. 이중 10만9250건을 검거해 3만237명을 체포 또는 구속했다.

보이스피싱 수사를 전담하는 일선 경찰서 수사관은 “통계에는 1차 수거책, 대포통장 제공자 등이 모두 포함된 내용”이라며 “해외에 있는 상선이나 총책 등에게 접근할 만한 수사기법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장씨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리베팅과 로맨스스캠 등 사기 피해자를 모아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장씨는 “피해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흥신소나 화이트해커 등은 모두 사기”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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