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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싫어”, “알바비나 벌래”…귀향 거부 ‘홈설족’

아시아경제 조회수  

#. 직장인 최모씨(30)는 이번 설 연휴 해외여행 일정을 잡아 친척 모임에 불참했다. 그는 “코로나 전까진 당연하게 가족 모임에 억지로라도 갔는데, 이번엔 몇 달 전부터 여행 일정을 잡고 못 간다고 말씀드렸다”며 “지나치게 관여하는 대화들이 불편하기도 하고 모처럼의 연휴인데 충전하는 시간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대면 명절로 돌아온 올 설 연휴에는 친지 모임이 증가하는 모양새였지만, 여전히 귀성을 피하는 ‘홈설족’, ‘혼설족’ 등도 상당했다.

홈설족이란 설 연휴에 고향에 가지 않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여행을 가는 등 개인적인 명절을 보내는 이들을 뜻한다. 가족 모임에 대한 관념이 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경제적 부담에 연휴에도 쉬지 않고 일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겨운 잔소리’…명절은 ‘각자’ 즐겁게

23일 한국갤럽이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중 ‘집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이들은 60.0%로 나타났다. 친척 모임이 당연시됐던 과거와 달리 ‘연휴는 각자 즐겁게 보내자’는 인식이 일부 자리 잡은 영향이다.

이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연휴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로 ‘친인척 간 잔소리를 피하고 싶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듀윌이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성인 296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희망 계획을 조사한 결과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답안 응답자는 82%였다. 이중 명절에 가족 및 친지 모임이 부담스러운 이유에 대해서는 ‘취업·결혼 등 각종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라는 응답이 28.7%로 가장 많았다.

“차라리 일을 하죠” 명절도 예외 없는 고물가

경제적 부담에 연휴에도 쉬지 않고 출근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한모씨(29)는 “연휴엔 수당이 넉넉하게 나와서 올 설에는 회사에 출근하겠다고 말했다”며 “해가 지나면서 월세랑 전기세도 올랐는데 한 푼이라도 더 버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물 세트 여럿 사는 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푸념했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이들도 있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7)는 “본가가 부산인데 비행기는 너무 비싸고 기차표는 예매도 몰려서 힘들다”며 “사실 저렴하게 갈 수는 있지만, 연휴 기간엔 시급도 높아서 마트나 백화점에서 판촉 알바를 하면서 생활비를 버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성인 15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1.1%가 ‘추석 연휴에 알바 계획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가족 모임’ 시각 차이도

명절엔 친인척 간 모임을 당연하게 여겼던 과거와는 달리 개인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관념이 나온 영향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에듀윌 조사에서 명절 가족 및 친지 모임이 부담스러운 이유로는 ‘잔소리’ 다음으로 가장 높게 나타난 답변이 ‘개인적인 휴식 시간이 필요해서(25.1%)’였다. 또 응답자의 26.5%가 공부를 하거나 이직 및 구직 준비를 하고 싶다고 답하는 등 개인의 휴식·자기계발을 중시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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