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장관이 지난해 6월15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58),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71),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65)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조현옥 전 인사수석비서관(66)과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55)도 함께 기소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1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백 전 장관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돼 고발장이 접수된 지 약 4년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백 전 장관과 조 전 비서관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11개 기관장에게 사직서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8년 3월부터 7월까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3곳의 임원 내정자 5명에게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준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2017년 12월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전KPS가 관련 규정에 따라 86명에 대한 직원인사를 시행했음에도 당시 기관장에게 부당하게 앞선 인사를 번복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백 전 장관은 2018년 2월부터 3월까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기관장 선발 과정에서 내정자에게 특혜를 준 혐의도 받는다.
백 전 장관과 김 전 비서관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5월 대선캠프 출신 인사 중 공공기관 등에 정식 추천이 곤란한 사람들을 민간단체에 취업시키기 위해 산업부 소관 민간단체 상근부회장들로부터 부당하게 사표를 제출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공석이 된 자리에 대선캠프 출신 인사를 임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전 장관과 조 전 비서관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과기부 산하 7개 공공기관 기관장들에게 사직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사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3년 전 이미 종합감사를 받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을 다시 종합 감사하는 등 사임을 지속적으로 압박한 혐의도 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7월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인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기관장을 상대로 주무 부서 국장과 통일부 차관을 통해 반복적으로 사직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또 기관장이 사직을 거부하자 직접 해당 기관장에게 요구해 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환경부 인사권 남용 사건 수사에 이어 산업부·과기부·통일부 인사권 남용 사건을 수사한 결과 부당한 사표 청구와 내정자 부당 지원 등 위법 사실이 확인돼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과 각 부처 장관 등 자신의 권한을 부당하게 남용한 직무 권한자를 선별해 기소했고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 소극적으로 관여한 차관들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했다”며 “상급자 지시에 따라 실행 행위에 그친 대통령비서실 비서관·행정관, 부처 실무자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9년 1월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산업부 국장이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소 4곳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 등 4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 9월 20일 남동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사장의 사표가 일괄 수리됐다. 김 의원은 당시 남부·중부발전 사장은 임기가 1년 4개월, 서부·남동발전 사장의 임기는 2년 2개월이 남은 시점이었다며 산업부의 사퇴 종용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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