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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R 배우러 우르르…”2월까지 예약 꽉 찼다” 비극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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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0시30분쯤 이인숙 광진소방서 의용소방대장이 마네킹을 가리키며 박준형씨(29)에게 흉부 압박 지점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김미루 기자
16일 오전 10시30분쯤 이인숙 광진소방서 의용소방대장이 마네킹을 가리키며 박준형씨(29)에게 흉부 압박 지점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김미루 기자

16일 오전 10시 서울 광진구의 광진구민체육센터 1층 교육장. 8평 남짓한 방안에 살구색 마네킹 5개가 놓였다. 모두 매끈한 표면의 상체만 있는 마네킹이었다. 양 쇄골의 정중앙을 따라 내려가 가슴팍 아랫부분을 누르면 빨간 불이 들어온다. 정확한 위치와 압력으로 흉부를 압박했다는 신호다. 이곳에선 마네킹을 활용한 심폐소생술(CPR) 실습 강의가 하루 두 번 열린다.

심폐소생술은 심장과 폐의 활동이 멈춰 호흡이 정지된 경우에 실시하는 응급처치다. 의료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호흡이 멎고 1분이 흐를 때마다 사망률이 10%씩 상승한다. 10~15분이 흐르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때 목격자가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소생률을 3배까지 높일 수 있다. 응급처치요원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시간을 버는 셈이다.

새해에도 심폐소생술 교육장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10월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 이후 응급 상황에 대비해 심폐소생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참사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법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적극적 구조에 나서지 못했다는 시민들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다.

19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두 달 전부터 심폐소생술 교육 예약을 받는 서울 광진구 광나루 안전체험관은 예약이 열리는 당일 24시간 안에 90% 이상의 수업이 마감된다. 한 달 교육 정원은 240명가량. 이날 기준 1월은 예약을 꽉 채웠고 2월에는 단 한 자리가 남았다. 광진구민체육센터의 심폐소생술 교육도 평일 오전·오후를 가리지 않고 폐강되는 법이 없다.

이인숙 광진소방서 의용소방대장이 박수를 치며 흉부압박 박자를 맞춰주고 있다. 정확한 박자를 맞추려면 가슴뼈 아래 부분을 2분 동안 210번 압박해야 한다. 적절한 위치와 압력을 맞추자 마네킹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모습. /영상=김미루 기자
이인숙 광진소방서 의용소방대장이 박수를 치며 흉부압박 박자를 맞춰주고 있다. 정확한 박자를 맞추려면 가슴뼈 아래 부분을 2분 동안 210번 압박해야 한다. 적절한 위치와 압력을 맞추자 마네킹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모습. /영상=김미루 기자

이날 광진구민체육센터 1층 교육장에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교육을 맡은 이인숙 광진소방서 의용소방대장은 이태원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을 “땀을 뻘뻘 흘린 달”로 기억했다. 평년보다 추운 날씨에도 심폐소생술 교육장 내부는 후끈거렸다고 한다. 한 달 동안 평소보다 8배 많은 250여명이 교육장을 찾았다. 마네킹 하나에 2명이 붙어 실습했다. 2분 동안 흉부를 210번 압박하는 실습 시간에는 모두 땀을 흘렸다.

이날도 이 대장은 정면 모니터에 띄워진 이론 강의 영상을 10분 정도 시청하게끔 하다가 멈추고는 실무 교육을 진행하기를 세 차례 반복했다. 흉부 압박 시에는 눌러야 할 부위를 마네킹에 직접 짚어 보여줬다. 영상에서는 “가슴뼈 아래 1/2 지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마네킹을 앞에 두면 어디인지 알기 어려웠다. 2분 동안 210번 압박을 연습할 때는 이 대장이 직접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춰줬다.

이론강의 영상에 없었던 상세한 이야기도 나왔다. 코로나19(COVID-19) 상황에선 감염 위험이 있어 일반적인 심정지 환자에게는 인공호흡을 권하지 않으며, 아동이나 익수자 등에게만 예외적으로 인공호흡을 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장은 “10월29일 참사 이후에는 (질식사 위험이 있는 요구조자에게) 인공호흡 시 고무풍선을 처음 불 때처럼 조심스럽게 숨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날 교육장을 찾은 교육생 대부분이 이태원 참사가 계기가 돼 왔다는 20·30대였다. 헬스트레이너 박준형씨(29)는 대학 때 사회체육학을 전공해 심폐소생술을 배웠지만 실습 기회를 위해 교육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박씨는 “원래도 심폐소생술 실습 교육을 받으려고 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연기해두고 있었다”며 “참사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오게 됐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를 기점으로 시작된 심폐소생술 교육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진다는 평이다. 이 대장은 “(참사 이후) 대부분의 젊은층이 ‘몰라서 못 도와주는 상황이 오면 안 돼서 배우러 왔다’고 하더라”며 “학교나 유치원 등 기관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기 위해 교육장을 찾는 분들도 많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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