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라면 설 명절 한 주 전인 지금부터 포장을 많이 해 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둘러보세요, 포장해 가는 손님이 하나도 없어요. 작년 이맘때 매출의 3분의 1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어패·갑각류를 판매하는 정수인씨(58))
지난 13일 오후 12시께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방문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이곳에서 만난 상인 정씨는 대목을 앞두고도 한가롭기만 한 시장 분위기에 수족관이 아닌 카운터 앞에 자리를 잡고 서있었다. 뜨문뜨문 들어오는 손님 중 한 명이라도 잡으려고 분주하게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도 있었지만 손님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좀처럼 지갑을 꺼내지 않았다.
성동구 마장동축산물시장도 한가롭기는 마찬가지였다. 12일 저녁 8시께 방문한 이곳은 전국 최대 규모의 축산물시장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도 간간히 들리는 고기 손질 소리만이 적막을 채웠다. 선물세트를 고르러 온 손님들도 있었지만 무언가 탐탁치 않은지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모씨(59)는 “명절 대목에는 밤 12시까지 들어오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새벽까지 일해야 했지만 이번 설은 다들 늦어도 9시면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분위기”고 푸념했다.
손님들이 섣불리 구매에 나서지 못하는 데에는 수·축산물의 물가 상승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수산물의 물가지수는 지난해 112.82(2020년=100)로 전년(108.73) 대비 3.78% 올랐다.
실제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한 시민들은 수산물 가격이 예년보다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아들, 남편과 함께 해산물을 구입하러 온 김미자씨(48)는 “(해산물의 가격이) 작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비싸다”며 “조기를 자주 구입하는데 한 박스가 작년엔 20만원이었다면 올해는 24만원을 찍었다”고 했다. 김씨 가족의 양손은 들린 봉지 하나없이 가볍기만 했다. 홍가리비 시세를 듣고 바로 돌아선 김모씨(72)는 “가격이 확실히 많이 올랐다”며 “한 시간 돌아다녔는데 너무 비싸서 튀김만 겨우 샀다”며 봉지를 들어 보여줬다.
설 대목을 앞두고 대량으로 판매되는 선물세트도 판매가 시원찮았다. 해산물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를 밀봉하기 위해 ‘쫙쫙’ 테이프를 뜯는 소리는 거의 듣기 어려웠다. 어패류·갑각류를 판매하는 이민표씨(50)는 “설 세트도 거의 안 나간다”며 “킹크랩, 조개는 작년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오른편도 아닌데도 사지 않는다”고 했다. 마장동에서 축산물을 판매하는 김모씨(46) 역시 “생고기는 오는 19일이 택배 배송 마감일이라 원래라면 눈코뜰 새 없이 바쁠시기인데 너무 한가하다”고 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경기침체로 소비자의 심리 자체가 얼어붙으면서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4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마포농수산물시장, 신영시장, 노량진수산물시장에서 수산물을 구매할 시 구매금액의 30%(최대 2만원)을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행사 시작 이튿날인 15일 오후 2시30분께 다시 방문한 노량진 수산시장은 전보다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모습이었지만 상인들은 그럼에도 “평소 설 대목 앞두고보다는 사람이 적다”는 반응이었다. 꽃게·오징어 등을 판매하는 김모씨(66)는 “전날 행사 첫날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더니 오늘은 순식간에 빠졌다”며 “부피가 큰 꽃게는 설 부근에 많이 팔려야 하는데 예년과는 판매량이 다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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