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애서가로 알려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이 머무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책방을 연다. 책을 매개로 시민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장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문 전 대통령은 그동안 퇴임 후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활발히 책 추천을 해왔다. 책방 운영은 책 추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민들과의 ‘직접 소통’ 의지를 밝힌 것이라 주목된다.
15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최근 한겨레·한길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르면 다음 달 ‘동네 책방’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이 책 추천을 하고, 시민들과 함께 책을 읽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저자와의 만남을 개최하거나 공부 모임, 도자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구상도 전했다. 책방은 오는 2월이나 3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평산마을에 사저를 마련한 뒤 시위 소음 등으로 주민들이 큰 피해를 겪었는데 도움이 될 방법을 생각하다가 마을 책방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직접 책방지기로 나설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문 전 대통령의 책방 운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은 ‘애서가’이자 ‘책 추천가’로 이미 유명하다. 재임 시절에는 청와대 전(全) 직원에게 ‘축적의 길’, ’90년생이 온다’ 등을 선물한 적도 있다. 2017년 출간한 저서 ‘문재인의 서재’에는 감명 깊게 읽은 독서 목록이 소개돼 있다.
퇴임 후에도 SNS에 책에 대한 짧은 서평을 남기며 10여권의 책을 추천했다. 문 전 대통령이 추천한 일부 책들은 곧바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화제가 됐다. 지난 3일 새해 첫 책으로 추천한 ‘나무수업’은 교보문고 등 각종 서점에서 역주행을 기록 중이다.
이런 행보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지정학의 힘’이라는 책을 추천하며 “현 정부 인사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소개했는데, 당시는 서해 공무원 피살·탈북 어민 북송 사건이 재점화한 시점이라 여권을 겨냥한 메시지란 해석이 나왔다. ‘지정학의 힘’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실을 짚어보며 남북한 평화 체제 구축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여권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정치와는 거리를 두겠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정치 메시지를 내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번 책방 운영 계획을 두고도 여당에선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16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건강한 전직 대통령 문화를 정립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이게 과연 옳을까”라고 지적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두되, 시민들과 소소하게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 왔다. 그는 퇴임을 앞둔 지난해 4월 청와대 녹지원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퇴임하면 잊힌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는데 특별히 은둔 생활을 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다만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받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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