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아마존도 실패한 커머스+커뮤니티 성공
네이버 기술 더해 美 미래소비계층 확보 ‘박차’
“어른용이었으면 좋겠네요!”
“오케이클로젯은 정말 훌륭한 옷장입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서부 레드우드 시티, 북미 최대 패션 C2C(개인간거래) 플랫폼 ‘포시마크'(Poshmark) 사무실에 들어서자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포시 쇼’가 한창이었다. 직원 2명이 아동복을 소개하자 이같은 실시간 댓글이 이어졌다. 쥬얼린 안젤레스 기업문화팀장은 “포시마크 판매자라면 어디서든 휴대폰으로 라이브방송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무실 곳곳엔 많게는 수억달러를 번 판매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안젤레스 팀장은 “포시마크 활동으로 결혼자금을 마련하거나 자신의 브랜드를 만든 사례”라며 “판매자와의 동반성장은 우리의 주요 가치”라고 강조했다. 전업주부인 캘리 로스가 “3명의 아이를 돌보면서도 휴대폰 하나로 부수입을 벌 수 있다”고 소개한 영상에선 네이버(
NAVER)의 스마트스토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포시마크는 미국판 당근마켓? 진화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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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설립된 포쉬마크는 미국·캐나다·호주·인도에서 8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C2C 플랫폼이다. 미국 중소상공인이 모인 이곳은 네이버가 12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해 인수한 북미 전진기지다.
네이버 역사상 최대규모의 M&A(인수·합병)인 데다, 새 수장인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주도한 대규모 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국내에선 고평가 논란이 일었지만, 현지에선 변방의 IT기업이 나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것에 놀라워했다. 지난 5일 네이버의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서 현재는 나스닥에서 상장폐지한 상태다.
포시마크 창업자인 마니시 샨드라 대표는 한국 기자들과 만나 “실리콘밸리에서 네이버 인수에 대한 피드백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네이버는 미국 시장 내 인지도를 높이고, 포시마크는 네이버의 전문성과 기술력으로 큰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샨드라 대표는 △커머스 △커뮤니티 △권한부여와 강화(임파워먼트)를 토대로 하는 양사의 DNA도 닮았지만, 무엇보다 네이버가 한국에서만 하루 3600만명, 해외에선 월간 2억명(라인)이 이용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수억명을 포시마크로 연결하고 싶다던 그는 “네이버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아시아 시장”이라며 “한국 진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시마크는 판매자가 자신의 옷장을 공개하고 중고의류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쇼핑 기능을 강화한 인스타그램에 가깝다. 취향에 맞는 판매자를 팔로우하고 게시글을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상호작용이 활발해서다. 현재까지 2억3000만개의 제품이 판매됐는데, 이 과정에서 주고받은 소셜 인터랙션이 630억개에 달한다.
샨드라 대표는 “아마존도 소셜을 추가하려 했고 인스타그램도 커머스를 넣었지만, 이 모든 것을 성공시키긴 어렵다”며 “포시마크는 처음부터 소셜·커머스·마켓플레이스를 결합한 독보적인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도록 상품 등록·결제·배송 전 과정을 단순화한 것도 특징이다.
이제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패션 전문 커머스로 자리매김했다. 개인 판매자뿐 아니라 포시마크를 판매거점으로 삼는 부티크·브랜드도 늘면서 상품군이 확대돼서다. 한 판매자는 “처음엔 중고 물품을 판매하려고 가입했지만, 이젠 (주목적이) 쇼핑으로 바뀌었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나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앱”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기술 심은 포시마크, 제2웹툰 신화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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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3분기 포시마크 누적 매출은 2억6843만달러(약 333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163만달러(약 765억원)로 2배가 됐다. 엔데믹으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둔화했고 마케팅비는 급증한 탓이다. 다만 샨드라 대표는 실적개선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은 돈을 절약하거나 벌기 위해 포시마크를 찾을 것”이라며 “2024년 흑자전환 목표는 동일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적자지만 10년 후엔 차세대 커머스가 될 것이라는 게 네이버의 판단이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북미에서 미래 소비계층이 열광하는 버티컬 커머스(특정 카테고리 전문몰) 1위이기 때문이다. 실제 포시마크 이용자 중 80%는 MZ세대로, 미국 밀레니얼 세대 여성의 90%가 가입했다. C2C는 글로벌 빅테크인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가 밟지 않은 땅이기도 하다.
웹툰 초창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밀레니얼 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 성장하면서 비주류였던 웹툰이 K콘텐츠 선봉장이 됐듯, 포시마크도 이런 성공방정식을 따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에 네이버는 검색·추천·쇼핑 기술을 더해 포시마크 성장에 속도를 낸다. 이미 네이버의 스마트렌즈를 접목한 ‘포시 렌즈’를 테스트 중이다. 이는 이미지를 인식해 같거나 비슷한 상품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포시마크가 자체 개발한 포시 쇼도 네이버의 라이브 커머스 기술을 적용해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트레이시 선 포시마크 수석부사장은 “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많은 혁신이 필요한 만큼 네이버와 협업할 새로운 기능과 역량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샨드라 대표도 “‘팀네이버’의 일원으로서 마케팅, 검색, 커뮤니티 등 서비스 전반에서 판매자와 구매의 양쪽의 경험을 모두 향상하며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C2C 트렌드를 제시하겠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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