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순찰대 강아지 ‘초코'(왼)와 ‘샌더'(오)가 서울시 일대를 돌아다니며 순찰에 나서고 있다./ 사진=김병규씨, 최윤영씨 제공 |
“어머 귀여워라. 경찰 강아지네, 경찰 강아지.”
지난 12일 오후 5시.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도로에 반려견 순찰대 ‘초코’가 등장하자 행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형광색 보안관 조끼를 입은 초코는 엉덩이를 씰룩씰룩 대며 동네 순찰을 다녔다. 도보 위를 성큼 성큼 걷기도 하고 가로수에 다가가 냄새를 맡기도 했다.
초코 견주 김병규씨(33)도 같은색 보안관 조끼를 입고 초코가 가는 길을 뒤따랐다. 직장인 김씨는 퇴근을 마치고 주 3~4회씩 초코와 함께 동네 순찰을 돌고 있다. 그는 바닥에 위험한 물건은 없는지, 가로등 불은 잘 켜져 있는지, 동네 시설물은 안전한지, 불법 주정차된 차량은 없는지 이곳저곳 살폈다. 김씨와 초코가 지난해 9월부터 1월까지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하면서 위험하거나 불편한 요소를 발견해 신고한 것만 10건이 넘는다.
산책과 순찰을 동시에…동네 지키는 ‘반려견 순찰대’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에서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하는 ‘초코’와 김병규씨./사진=김지은 기자 |
지난해 5월 반려견과 견주가 함께 동네를 자유롭게 산책하며 순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위험요소 등을 발견하면 신고·조치하는 반려견 순찰대가 출범했다.
반려견 순찰대를 운영하는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는 지난해 강동구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서초·송파·금천·강서·마포·서대문·동대문·성동 등 9개 자치구로 운영을 확대했다. 별도 보상이 없는 자원봉사 활동이지만 지난해 경쟁률은 3.5대 1이었다. 현재 서울에서 284팀이 활동 중이다.
최윤영씨가 지난해 9월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하면서 120 서울스마트 불편신고에 접수한 내용들. 보도 유실, 어린이집 앞 현수막 처리 등을 건의했다. /사진=최윤영씨 제공 |
반려견 순찰대 활동은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신고의 사각지대를 메꾸는 효과가 있다. 불편 요인이지만 사소하다고 여겨 신고하지 않는 ‘신고 사각지대’가 있는데 밤길 가로등 고장이나 보도 블럭 유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8월~12월 기준 반려견 순찰대에 의한 주취자 보호조치·비행청소년 범죄예방 관련 112 신고는 206건을 넘어섰다. 보행로와 통행로 안전시설 파손 신고, 공사장 안전조치 미준수 신고, 도로 교통안전 시설물 파손 신고 등 120 서울스마트 불편신고는 1500건을 기록했다.
김씨는 “강아지 발걸음에 맞춰서 걷다 보면 평소 빠르게 지나쳤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며 “하루는 어린이집 횡단보도 앞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있어서 신고를 한 적도 있고 초코와 산책을 하다가 음주 운전 차량도 발견해서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버림 받은 유기견에서 동네 지키는 ‘순찰견’으로
반려견 순찰대 강아지 ‘샌더’가 동대문구 일대를 순찰하고 있는 모습./ 사진=최윤영씨 제공. |
유기견이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하는 ‘샌더’는 ‘개농장’ 출신이다. 동물단체가 2021년 9월 경기 남양주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샌더를 구조했다.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제왕절개 이후에도 제대로된 봉합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지난해 3월 최윤영씨(22)는 샌더를 입양했고 그 해 9월부터 반려견 순찰대로 활동했다. 최씨는 “샌더가 가는 길을 따라가다가 도로에 술에 취한 남성이 누워있는 것을 보고 신고하기도 하고 가로등 불빛이 고장나서 개선 요청을 한 적도 있다”며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할 때마다 ‘샌더 기특하다’ ‘예쁘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유기견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에서 반려견 순찰대 활동 중 음주운전자를 신고해 경찰이 검거하는 일이 있었다./사진=서울경찰청 |
지난 2일엔 서울 성동구에서 반려견 순찰대의 신고로 경찰이 음주운전자를 검거하기도 했다. 이날 반려견 순찰대 참여자는 반려견 두 마리와 순찰을 하다가 음주 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목격했다. 차량은 비틀비틀 주행하면서 시설물을 부쉈고 반려견 순찰대 참여자는 경찰에 신고해 도주 방향과 현장 상황을 설명해 검거를 도왔다.
3월에 ‘반려견 순찰대 2기 모집’
강민준 서울시자치경찰위 경위는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이후에 주민들이 어떻게 하면 치안 활동에 쉽게 나설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반려견 순찰대는 주민들이 우리동네 안전과 범죄 요소들을 살펴보고 치안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지역별로 테마를 만들어서 합동 순찰대를 활성화하고 순찰 가이드라인북을 제작할 예정”이라며 “순찰대원들이 범죄예방, 자치경찰 사무, 학교폭력, 어린이 안전 예방에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할지 기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려견 순찰대 2기는 올해 3월부터 모집할 예정이다. 참여를 원하는 구민은 서울 반려견 순찰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서류심사와 실습평가를 거쳐 자치구당 50명 내외의 순찰대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도 지난해 10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반려견 순찰대 25팀을 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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