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숙하게 논의하고 있지 않아”…6박8일 순방 내내 보류 분위기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정식으로 제출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나흘째 사의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무응답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각 부처 업무 보고와 순방 준비로 이에 대해 깊숙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 않은 분위기”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4일부터 6박 8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길에 오르는 가운데 당분간 사의 보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에둘러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날까지도 브리핑에서 “더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 ‘윤 대통령이 사의 표명에 특별한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따로 밝힐 입장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로 정치권 이슈의 중심에 서 있을지라도,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 논의에 있어서는 사직서 수리 여부가 최우선 순위는 아니라는 게 대통령실 내부의 인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의 반응과 별개로 행정적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행정적 절차’란 사직서를 의미했다.
나 전 의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대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 등으로 사의를 표한 데 대해 우회 적으로 지적한 걸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에 반응하듯 나 전 의원이 하루 뒤에 사표를 냈지만, 대통령실은 재차 윤 대통령의 의중과 국정 운영의 순위를 강조한 만큼 당장의 상황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순방 귀국 직후에는 설 명절 연휴가 이어지는 만큼 이번 사태 매듭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저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러 떠난다”며 당분간 잠행 모드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무언의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에 정치권 해석은 분분하다.
사의 수용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경우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입장을 보류하고 있다는 해석과 함께, 침묵 모드를 통해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는 나 전 의원의 발을 묶어두려고 한다는 시각이 혼재한다.
dhlee@yna.co.kr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