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제 마약조직으로부터 압수한 필로폰. 수족관 돌과 혼합하는 방식으로 은닉했다. /사진=인천지검 |
9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대마 등을 국내로 밀수입한 한·미 국제 마약조직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미국 내 한인을 주축으로 한 국제 마약조직의 총책·관리책·수령책을 모두 색출한 건 최초다. 국제 수사기관 사이에서는 이 같은 밀수입이 한국의 마약 시장이 확대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연실)는 1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A(29)씨 등 마약 밀수 조직의 수령책·관리책 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B(29)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해외총책(32)과 관리·발송책(32)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현지 수사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조직원들은 14차례에 걸쳐 각설탕, 시리얼, 수족관 돌 등에 마약류를 혼합해 밀반입하거나 운동 기구 프레임 속에 은닉하는 등의 수법으로 마약류를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공항만으로 밀수입된 마약류는 필로폰 약 27.5kg, 대마 약 2.3kg, 엑스터시(MDMA) 800정 등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필로폰 27.5kg은 약 9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이는 지난해 미국에서 들어온 필로폰의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로 따지면 약 900억원에 해당한다.
검찰은 총책이 발송한 미국발 필로폰 약 9.2kg을 2021년 12월 적발한 것을 시작으로 1년 간 추적·수사했다. 검찰은 통신·계좌 추적, 구치소 접견기록 분석, 재판 비용 출처 확인 등 수사를 통해 관리책을 순차로 특정한 후 검거했다. 또 미국 마약단속국(DEA), LA합동수사단, 인천본부세관 등과 공조를 통해 한인 총책 A씨를 중점으로 재미 한인과 국내 폭력단체 조직원 등이 범행에 가담했음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 사건이 미국과 한국에 각 거점을 두고 오가며 범행을 저지른 국제 마약조직의 실체를 규명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마약 조직은 통상 조직 관리를 철저히 해 말단 수령책을 검거하더라도 관리책과 해외총책을 특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번에 검거된 조직원들도 전국 각지의 부동산 공실 정보와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수취지·수취인 정보로 활용해 적발을 어렵게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또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마약류 화물 수령 시 2인 1조로 움직이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직원들을 모두 검거한 검찰은 이 조직과 연관된 국내 유통사범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다.
수사를 진행한 인천지검은 국제 범죄 중점 검찰청이다. 2019년 8월 국제 마약 조직 추적과 검거를 전담할 목적으로 마약수사과 국제추적수사팀을 설치했다. 전담수사관 6명이 DEA 등 해외 수사기관 공조, 국제 마약 조직 데이터베이스 관리, 범죄인 인도 및 강제 송환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인천공항과 항만을 관할하는 국제범죄중점청으로서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중심으로 마약류 밀수·유통을 철저히 단속하겠다”며 “국내·외 마약 조직을 끈질기게 추적해 우리 국민을 마약류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실시간 공조하고 있는 국제 수사기관이 많다”며 “국제 마약 암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해외 수사기관과) 한국 수사기관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마약조직이 시리얼과 섞어 밀반입한 엑스터시./사진=인천지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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