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 피고인이 반성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자필로 여러 차례 제출했습니다. 관련 연구·검토를 했던 증인이 보기엔, 어떻습니까? 그 반성의 진정성 등을 이 법정에서 판단할 논거가 있나요?
증인 : 자료상 피고인은 감정 자체를 제한적으로 경험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범죄 조사를 받는 상황에선 감정적으로 슬퍼하는 반응 등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범행에 대한 인식과 통찰이 생겨 새삼스럽게 ‘죄를 달게 받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자료만으로 진정성 있다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서울 신당역 화장실에서 자신을 고소한 스토킹 피해자를 ‘보복 살해’한 전주환(31·남)이 쓴 반성문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11일 법원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은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박정길 박정제 박사랑)에 자필 반성문을 현재까지 13회 제출했다.
전날 법정에선 증인으로 나온 심리평가 전문가를 상대로 전주환의 반성문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깊이 후회하며, 피해자와 유족 측에 죄송한 마음이 크고,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는 다짐하고 있다”며 전주환의 성행이 교정될 수 있을지 물었다.
증인은 “제가 답할 게 아니다. 본인이 반성한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한 반성인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처벌받는 게 마땅하고, 금전적으로나마 최대한 보상하겠다고 생각 중인 피고인이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볼 수 있겠나”라고 묻자, 증인은 “형량을 줄이려는 것인지, 책임을 통감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증인은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고, 주관적으로 상황을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 자기 감정엔 풍부히 반응하지만, 타인의 입장이나 반응엔 공감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며 “재범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장이 “살인을 포함한 여러 유형의 범행을 말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증인은 “자신의 이익과 생각에 반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상대방 권리를 침해하는 식의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는 “참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앞으로 교화 가능성도 없다고 판단된다”며 “이미 다른 (스토킹) 범행으로 재판받던 상황에서 뉘우치고 재범에 나아가지 않았어야 하는데 그 상황 자체에 대한 보복을 위해 살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개적 장소에서 벌어진 잔혹한 행위였다”며 “형사사법 절차와 사법시스템을 믿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국민에게 언제든 이 같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줬다”고 말했다.
검사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도 청구했다.
반면 전주환 측은 “선처하고 마지막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이후 방청석에서 등을 돌린 채 앉아 있던 전주환은, 최후진술 순서에서 준비한 종이 2장을 꺼내 읽으며 “돌이킬 수 없는, 절대 해선 안 될 잘못을 저질렀다 (중략) 정말 잘못했다. 모든 행동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모든 변론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달 7일 오후 2시 선고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전주환은 스토킹 범행 사건의 선고 날짜가 잡히고 실형이 예상되자 지난해 9월14일 지하철 역무원으로 근무하던 피해자를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인 같은 달 29일 전주환은 서울서부지법에서 스토킹·불법 촬영 혐의 등 사건으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스토킹 범행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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