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 페루에서 9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강하게 충돌해 10여 명이 숨졌다. 지난해 말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지다가 새해 들어 다시 격화하는 양상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페루 전역에서는 도로 봉쇄와 방화를 동반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남부 푸노주(州)에서는 대규모 시위대가 훌리아카 공항 인근에서 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10여명이 숨지고 6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에는 10대가 최소 2명이 있었고 총상을 입은 이들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지역의 사망자를 포함해 이날 최소 17명이 목숨을 잃어 이번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하루 가장 많은 사람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부터 시위 과정에서 숨진 사람은 최소 39명으로 파악된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 의회로부터 탄핵된 뒤 반란 및 음모 혐의로 18개월간 예비적 구금 명령을 받고 검찰 수사 중에 있다. 시위대는 카스티요의 석방과 그의 자리를 승계해 페루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된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자들의 조기 선거 요구에 앞서 페루 의회는 대선과 총선을 기존 일정보다 2년 앞당겨 2024년 4월에 치르는 개헌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이날 정치계·지역 대표들과 만난 것으로 전해진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시위대의 일부 요구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지금 할 일은 우리가 이미 제안한 조기 선거를 향해 가는 것 뿐”이라며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은 혼란을 지속시키려는 변명 거리”라고 말했다.
카스티요의 탄핵은 페루 의회에 의한 일곱 번째 현직 대통령 탄핵 사례로, 이 중 여섯 건은 최근 5년 사이에 일어났다. 페루는 의회에서 탄핵 발의와 가결을 위한 정족수를 확보하기만 하면 탄핵 통과가 가능해 정치적 불안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카스티요는 탄핵 전 의회 해산을 시도하기도 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