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공사가 끝나지 않은 서대문구 공공산후조리원 외부 모습. 당초 준공일은 지난해 12월5일이었으나 6개월가량 미뤄졌다. /사진=김미루 기자 |
민간 산후조리원의 반값 수준에 이용 가능한 공공산후조리원이 서울에 딱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대책으로 공공조리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중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하는 자치구는 송파구 한 곳이다.
송파구는 2014년 장지동에 산모실 27개 규모 산모건강증진센터(산모건강센터)를 건립해 운영 중이다. 산모들 사이 인기가 적지 않다. 공실이 날 때 수시로 온라인 신청을 받는데 몇분 안에 마감된다. 매주 수요일 진행되는 조리원 견학도 이날 기준 향후 4주 예약이 꽉찼다. 공공조리원인데 서비스는 민간조리원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간호사가 상주하고 임산부실, 영유아실을 분리해 운영한다. 산후조리원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최소한 인력, 시설 운영 기준을 맞춰야 한다.
가장 큰 인기 요인은 ‘이용료’다. 송파구는 매년 편성한 자체 예산 수억원으로 이용료를 지원한다. 지난해 편성한 예산은 24억 7939만원이었다. 13박14일을 이용하면 190만원을 낸다.
민간조리원 이용료의 반값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서울에 민간조리원은 116곳이 있는데, 일반실 평균 이용료는 399만원이다. 산후조리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산모와 가족이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한다.
산모들은 비용 부담이 크지만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싶어한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조사 결과를 보면 산모의 78.1%가 출산 후 조리원을 이용하고 싶어 했다.
송파 산모건강증진센터 신생아실 모습./사진=송파 산모건강증진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
산후조리원의 장점이 큰데 가격이 비싸니 공공조리원이 개관할 때까지 기다리는 신혼부부도 있다. 2020년 결혼한 곽모씨(33) 부부는 지난해 1월 신혼집을 차린 후 자신들이 사는 서울 서대문구에 공공조리원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초 개관 일자는 지난해 말이었는데 오는 5월 이후로 연기됐다. 공사 원자재 수급 문제였다. 곽씨는 “민간조리원 비용은 아무래도 부담된다”며 “공공조리원이 개관할 때까지 자녀 계획을 미루려 한다”고 했다.
공공조리원 수요는 높지만 늘리기는 쉽지 않다. 인건비, 설비 운영비는 그대로인데 산모에게 받는 돈은 적으니 지자체의 예산지원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송파 산모건강센터도 연간 적자 폭이 10억원이다. 연간 만실로 운영하지만 낮은 가격에 이용비를 책정하니 1년 매출이 6억원가량에 멈춘다.
송파구는 예산 문제로 지난해 7월 조리원 운영 중단을 공지했다가 여러 민원 글이 올라와 중단 계획을 접었다. 당시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센터를 직접 찾아가보니 산모실이 모두 차고 예약자도 대기 중인 것을 확인했다”며 “계속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대문구는 공사 중인 공공조리원의 1년 최대 매출을 6억~9억원으로 예상한다. 비용은 30억원가량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적자를 감수하고 저출산 대책으로 공공조리원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적지 않은 적자 때문에 공공조리원 설립 안건을 구의회에 상정하고도 불발된 자치구들도 있다. 강서구는 구청장 공약으로 2019년 4월~9월 공공조리원 설립을 추진했다가 안건을 폐기했다. 조리원 건립에 드는 초기 비용만 300억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서구가 보건 분야에 편성한 예산이 376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큰 비용이다. 앞서 송파구는 제2롯데월드 설립 때 기부채납 받은 80억원가량을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에 사용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가 직접 공공조리원을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3일 ‘출산 및 양육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가결했다. 조례안에는 서울시가 첫 시립 공공조리원을 설치할 근거를 마련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시립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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