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9일 오후 5시쯤 전북 완주군 한 골목길에서 운전자가 느리게 걸어가는 노인을 향해 경적을 울렸다. 이 소리를 듣고 놀란 노인은 넘어져 중상을 입었다./사진=유튜브 ‘한문철TV’ |
골목길에서 한 운전자가 느리게 걸어가는 노인을 향해 경적을 울렸다. 노인은 이에 놀란 듯 넘어졌고 중상을 입었다. 운전자는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빵한 저희 어머니, 억울해하며 꿈에서도 나온다고 잠을 설치십니다. 저희 책임이 있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9일 오후 5시쯤 전북 완주군 한 골목길에서 운전자 A씨는 차량을 몰다가 앞서가는 노인을 봤다.
노인은 몸이 불편한 듯 보행기를 밀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A씨는 거리를 빠르게 좁혀가다 노인과 가까워졌을 때 경적을 울렸다. 그런데 놀란 노인은 중심을 잃고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 사고로 노인은 고관절이 골절돼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관절 골절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2년 내 사망 확률이 70%에 이르는 질병이다. 회복이 더딘 노인에겐 특히 치명적일 수 있다.
블랙박스 영상을 제보한 운전자 A씨의 아들은 ‘할머니가 혼자 넘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의 아들은 “영상을 느린 화면으로 확인한 결과 할머니가 방향을 틀려다가 바퀴가 말을 안 들어서 넘어지신 것으로 보인다”며 “보행기 미숙으로 인한 사고인데 저희에게도 과실이 있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어 “듣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경적을 크게 울린 것도 아니고 길게 누른 것도 아니”라며 “그냥 클락션 기능을 사용한 것뿐인데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1월29일 오후 5시쯤 전북 완주군 한 골목길에서 운전자가 느리게 걸어가는 노인을 향해 경적을 울렸다. 이 소리를 듣고 놀란 노인은 넘어져 중상을 입었다./사진=유튜브 ‘한문철TV’ |
그러면서 “저희 어머니는 차로 친 것도 아니고 자기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죄인이 됐다며 잠도 설친다”며 “할머니들에게 고관절 골절은 위험하다고 들었는데 사망까지 가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되나”라고 조언을 구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신중했다. 한 변호사는 “창문을 열고 말씀을 드렸거나 천천히 갔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가볍게 경적을 울린 걸로 과연 책임을 져야 할까”라고 판단을 미뤘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운전자가 노인을 배려하지 않았다’며 비판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제대로 걷지 못해 보행기를 이용하는 할머니”라며 “운전자에게도 할머니나 어머니가 계시다면 기다려주는 게 미덕이다. 법을 떠나 도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클락션은 원래 보행자를 상대로 쓰는 게 아니”라며 “외국에선 노약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간 채로 운전을 하는 것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뒤에서 클락션을 듣고 황급히 피하시려다 몸이 기운 것 같다”, “클락션 소리는 아무리 작아도 놀란다”, “인도 없는 골목길은 보행자가 우선”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한편 운전자가 보행자를 향해 경적을 반복적으로 울리면 ‘위협운전’으로 간주해 승용차 기준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된다. 어린이보호구역이나 노인보호구역에서는 범칙금 8만원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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