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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요, 돌아와요”…다급히 쫓아간 ‘푸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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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몸으로 쫓아간다. 주인이 오른 차를 보면서. 다급하고 당황한 몸짓이다. 날 버리지 말라고, 추위에 내던지지 말라고, 차도에 두지 말라고, 온몸으로 외치는듯 했다./사진=네이버 온라인 카페 '디젤매니아'
작은 몸으로 쫓아간다. 주인이 오른 차를 보면서. 다급하고 당황한 몸짓이다. 날 버리지 말라고, 추위에 내던지지 말라고, 차도에 두지 말라고, 온몸으로 외치는듯 했다./사진=네이버 온라인 카페 ‘디젤매니아’

몹시 추운 겨울날이었다. 차디찬 바닥에 내려 놓아진 건 작은 강아지였다. ‘갈색 푸들’이었다. 노란 패딩 옷도 입고 있었다. 주인과 어딘가 가는 걸로 생각했을 녀석은, 아마도 기대했을 거다.

갈색 푸들은 기다렸다. 주인도 곧 나처럼 차에서 내리기를. 그리고 이내 함께 신나게 나아가기를. 요만큼도 의심 없었을 그 생각이 처참히 무너졌다. 주인은 다시 차에 탔다. ‘쿵’, 하고 육중한 차 문이 닫혔다. 그는 운전대를 잡았다. 엑셀을 밟았다. 차는 무정하게 움직였다. 한파 속에 작은 강아지를 내던져놓은 채.

생각지 못한 경험에 갈색 푸들은 당황했다. 자그마한 네 다리를 재빠르게 움직였다. 자기 몸집보다 몇 배나 큰 자동차 바퀴의 움직임을 따라잡으려 애썼다.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부단히 뛰고 또 뛰었다. 쫓아가고 또 쫓아갔다. 귀가 토끼처럼 되어서 펄럭펄럭, 다급히 흔들렸다. 푸들은 이리 외쳤을 거다, 아마도.

“어디 가요, 돌아와요…. 내가 아직 안 탔잖아요.”

지난달 3일, 남양주 체육센터서 푸들 ‘유기’ 시도

/사진=팅커벨 프로젝트
/사진=팅커벨 프로젝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4시쯤 실제 벌어진 일이다.

당시 목격자가 있었다. 그는 경기도 남양주 체육 문화센터 주차장에서 운전 연습을 했단다. 그러다 한 차량에서, 노란 패딩을 입은 푸들을 버리는 걸 봤다.

처음엔 주차만 다시 하려는 줄 알았단다. 속으로 ‘강아지 위험하게 그냥 풀고 운전하면 어떡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대로, 강아지를 버린 채 주차장을 나갔다.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놀라서 뒤를 쫓아갔단다.

목격자도 그 뒤를 쫓으며 사진을 찍었단다. 한 200m를 나아가던 차량은, 사진 찍으며 쫓아가는 목격자를 의식한 듯했다고. 갑자기 멈추더니, 갈색 푸들을 다시 태워서 갔단다. 그 말에 따르면 ‘유기 미수’였다.

목격자는 이 일을 온라인 카페에 글로 써서 올렸다. 그러면서 “어떻게 저렇게 쓰레기 같은 인간이 있느냐” “차량 번호도 다 찍었는데, 유기 미수로 신고 가능할까요”라고 했다. 댓글로 다들 “이 추운 날씨에 유기하다니 쓰레기”, “또 버릴 인간”이라며 성토했다.

전문가들 “남양주 푸들, 다시 유기할 확률 높아…고발 후 경찰 수사 절실”

/사진=팅커벨프로젝트
/사진=팅커벨프로젝트

그러니 결론적으론, 지난달 3일 남양주서 버려질 뻔한 ‘갈색 푸들’ 근황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다만 추측하건대, 전문가들은 주인이 ‘갈색 푸들’을 다시 유기 시도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강아지를 버리려 했던 걸 잠시 억제한 거여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본인 행동을 억제한 것”이라며 “일종의 감시 효과”라고 했다.

다시 유기할 확률을 묻자, 임 교수는 “당연히 그렇게 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사람이 안 보이는 곳에서 재차 시도할 수 있다”“잠깐 억제될 수 있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버리려는) 충동이 올라올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성호 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다시 유기할 확률이 높다”“유기하려는 이에게 ‘네가 누군지 알고, 찾아보면 알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물보호단체 ‘유엄빠’, 남양주 ‘유기 미수’ 사건 경찰에 고발

/사진=유기동물의엄마아빠(@youumbba)
/사진=유기동물의엄마아빠(@youumbba)

그러면서 김 교수는 “경찰에 고발해서 수사해야 다시 못 버리게 될 것”이라며 “그래야 동물을 버리는 걸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동물보호단체 ‘유엄빠(유기동물의 엄마아빠)’는 6일 오후 경찰에 남양주 체육센터서 발생한 푸들 유기 사건을 남양주 남부경찰서에 고발했다.

박민희 유엄빠 대표는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온라인 카페에 목격자가 올린 사진엔, 개가 귀를 흩날리며 차량을 따라가는 사진만 있는데, 차도이고 위험한데 아이가 안전한지 확인되지 않았다”“거기까진 확실히 확인해보자고 해서 고발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경찰 수사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란다. 갈색 푸들이 차량을 따라가는 사진은 명백한 것이고, 이후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안위만큼은 확인해야 한단 게 고발 취지다.

경남 창원에서 유기견으로 발견된 헤라. 함께할 가족을 기다린다./사진=유기동물의엄마아빠(@youumbba)
경남 창원에서 유기견으로 발견된 헤라. 함께할 가족을 기다린다./사진=유기동물의엄마아빠(@youumbba)

아울러 동물 유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2020년에만 13만마리가 버려지고, 지자체 보호소만 269억원이 쓰였다”고 했다.

‘유엄빠’가 남양주 푸들 유기 사건을 고발한단 얘기에,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단다. 그래 봐야 더 깊은 곳에 유기할 수 있지 않냐고. 그래도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래도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이렇게 버리면 누군가는 꼭 본다, 한 다리 건너도 반드시 찾는다고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4시, 남양주 체육문화센터서 차량에서 내린 주인이 ‘갈색 푸들’을 유기 시도한 사건과 관련해 제보를 받습니다. 관련해 정보를 아시는 분은 유엄빠 제보 메일(youumbba_official@naver.com)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사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남형도 기자 드림.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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