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태양이 다시 붉게 타오를까.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 삶은 달라졌다.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은 텅 비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빠른 속도로 정착했다. 바이러스와 싸운 지 3년째인 2022년 엔데믹(주기적 유행)에 접어들었다. 여행·쇼핑 등 주요 산업은 살아났지만, 영화계는 활짝 웃지 못했다.
마스크를 쓰고 영화를 봐야 했지만, 극장 내 취식이 허용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매점 매출에서 팝콘이 차지하는 비중이 23%에서 63%로 증가했다. 구매비율도 급증했다. 관람객 10명 중 7명이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봤다. 극장들은 일제히 영화관람료를 인상했다.
영화관람료가 오르자 관객들은 신중해졌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던 전과 달리, 반드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 극장을 찾았다. 집에서 시청하는 옵션이 늘어나면서 이유가 필요해졌다. 냉정해진 것이다. 영화과 재미없으면 개봉 반나절 만에 CGV 영화 평점 시스템 ‘골든에그지수’가 무참히 깨졌다.
2022년 1억1280만명 극장 발걸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2022년 개봉편수는 1774편, 상영편수는 2823편이다. 전체 영화 매출액은 1조1602억1173만원이었고, 관객수는 1억1280만505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탄생한 1000만 영화는 배우 마동석이 주연을 맡고 기획·제작한 ‘범죄도시2’가 유일했다. 1269만3302명이 본 영화의 매출액은 1312억9744만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점유율은 11.3%에 달했다.
2022년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수는 1억1280만5053명으로, 2019년 2억2667만8777명의 절반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영화시장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연간매출액은 1조1602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5845억3898만원 수익을 올리는 데 그친 2021년에 비해 지난해 약 2배 증가했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조9139억8908만원 매출액과 비교해 약 7500억원 줄었다.
영화관람료가 올랐는데도 총매출액이 크게 늘지 않았다. 대형 멀티플렉스 3사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영화관람료를 1000~5000원 인상했는데도 매출액 차가 두드러졌다.
흥행 톱10 속편 약진…’범죄도시2′ 유일한 천만영화
지난해 박스오피스 흥행순위 톱10에 포함된 한국영화는 6편, 외국영화가 4편이었다. 이중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시리즈 속편은 무려 7편에 달했다.
1위 ‘범죄도시2’는 1269만3302명을 모았으며, 매출액 1312억9744만원을 기록했다. 여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 ‘탑건: 매버릭’이 뒤를 이었다. 817만7446명을 동원해 878억5536만원을 벌었다. 지난달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이 단숨에 731만3207명을 모으며 3위에 올랐다. 매출액은 902억9578만원.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2번째 영화인 ‘한산: 용의 출현’은 726만4934명이 관람했다. 매출액은 737억62만원으로 집계됐다.
JK필름이 제작한 ‘공조2: 인터내셔날’이 추석 극장가에서 698만2840명을 모았다. 709억1635만원 매출액을 기록했다.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588만4587명을 동원해 6위에 올랐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은 626억4872만원이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가 435만2390명, 매출액 446억85만원으로 7위를 기록했다. 8위는 유해진·류준열 주연 ‘올빼미’가 차지했다. 누적 관객수는 322만2738명으로, 317억6866만원을 벌었다.
283만7410명이 본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매출액 292억3707만원으로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10위는 280만6501명을 동원한 ‘마녀 part2. The Other One’ 차지다. 매출액은 289억2248만원을 기록했다.
섣부른 낙관은 금물, 수익구조 변화 절실
2022년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2억명 관객 달성에는 실패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줄어든 극장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모습이다.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계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000만 관객을 모은 일명 ‘천만영화’가 줄줄이 나오면서 연출한 두 편의 영화나 시리즈 영화가 ‘쌍천만’을 달성할 만큼 호황을 누렸다.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시장이 커졌다”고 밀�g다. 이어 “업계에서는 팬데믹 여파로 위축된 시장이 지난해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긴 힘들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제작사 관계자는 “살림살이가 팍팍해졌고 OTT 플랫폼에 적응한 관객들이 다시 극장에 오게 하는 건 쉽지 않다”면서도 “좋은 영화는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올해도 그럴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래 극장은 어떤 모습일까. 관계자는 “투자는 줄었지만, 배우들의 몸값은 올라가고 있다”며 쓴 입을 다셨다. 이어 “흥행이 보장된 블록버스터 영화에 쏠릴 가능성도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톱배우가 출연하고,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영화의 흥행이 보장되는 분위기도 아니다. 영화의 성공을, 관객의 마음을 내다보기가 어려운 시장이 됐다”고 했다.
관계자는 또 “영화의 실패가 더욱 뼈아픈 시기이기에 도전은 움츠러들 것”이라며 “명확한 기획이 필요한 시대”라고 했다. 이어 “돈이 돌지 않으면 시장이 커질 수가 없다. 영화산업이 바뀌기 위해 근본적인 수익구조에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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