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신차 판매 대수를 자랑하던 자동차 강국 일본이 지난해 신차 판매 대수에서 인도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 역시 미국 시장에서 제너럴모터스(GM)에 1위를 내주는 등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日 세계 신차 판매량, 印에 밀려…美 시장에서는 도요타 제친 GM
6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해 인도 신차 판매 대수가 최소 425만대를 기록, 420만1000여대를 판매한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리에 올랐다고 전했다. 2021년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미국은 지난해도 세계에서 신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국가 1, 2위 자리에 올랐다. 반면 2021년 444만대의 신차를 판매해 3위를 기록한 일본은 지난해 판매 순위에서는 4위로 밀려났다.
일본 완성차 업계는 업체별로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켰던 도요타는 GM에 밀려 1년 만에 판매량 2위로 밀려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M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2.5% 늘어난 225만8283대의 신차를 팔았다. 도요타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9.6% 감소한 210만8455대에 그쳤다.
◆반도체 공급난에 신차 생산 차질…내수 시장서도 고전
일본의 완성차 업체가 지난해 신차 판매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는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생산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차량 수요가 줄어들 것을 예상한 반도체 제조사들이 가동률을 줄이면서 반도체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극심한 공급난이 빚어졌다.
이에 닛산은 지난해 10월 전기자동차 ‘사쿠라’를 출시한 지 4개월 만에 차량 주문 접수를 중단했다. 도요타와 혼다의 일부 차종 역시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차량 출고까지 반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부족에서 비롯된 차량 생산 차질로 내수시장에서도 일본 완성차 업체의 신차 판매량은 급락했다. 일본자동차판매연합회의 통계에 따르면 경차를 제외한 일본 기업의 완성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8.3% 줄어든 256만여대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68년 이후 54년 만에 최저 기록이다.
반면 인도의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차종 대신 차량용 반도체를 적게 사용되는 저가 자동차에 주력해, 일본 기업들에 비해 신차 생산에 차질이 적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진퇴양난 日 완성차 업체…전기차로 경쟁력 반등 모색
실적 부진으로 침체기를 겪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통해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혼다는 일본의 대표 IT 기업 소니와 손잡고 합작회사 소니-혼다모빌리티(SHM)를 설립한 뒤 지난 4일 세계 최대 정보기술 박람회에서 전기차 아필라(Afeela)를 최초로 공개했다.
SHM은 2025년 사전 계약을 시작으로 오는 2026년 북미 시장에서 양산 차를 판매한다. 혼다는 소니가 가진 소프트웨어의 강점을 활용해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차량 내에 삽입하고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춘 신차를 만들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닛케이는 “앞으로 전기차 업계에서 차량의 소프트웨어 능력이 중요한 경쟁 분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혼다의 신차는 연비와 주행 성능을 호소하는 기존의 신차와 확실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