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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고 후 침묵…출동하니 입모양으로 “살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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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치안종합상황실에 근무하는 경찰관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침묵의 신고 전화를 받고도 적절하게 대처해 특수상해범을 붙잡았다.

5일 오전 8시7분께 인천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긴급신고 112입니다.” “….” 전화를 받은 김호성 경위는 신고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번에는 ‘보이는 112’ 시스템을 통해 신고자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경찰관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숫자 버튼을 2차례 눌러주세요.” 지난해부터 시행한 ‘보이는 112’ 시스템은 신고자가 말을 하기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휴대전화의 숫자 버튼을 아무거나 두 번 누르면, 경찰이 신고자에게 인터넷 주소(URL)를 보내 신고자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현장 상황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신고자는 숫자 버튼도 누르지 않았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김 경위가 전화를 끊지 않고 수화기에 귀를 기울여 보니 남녀가 싸우는 듯한 대화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에 신고자가 긴급상황에 놓여있다고 판단한 김 경위는 위치추적시스템(LBS)을 가동한 뒤 관할 경찰서에 ‘코드1’ 지령을 내렸다. 코드1은 생명이나 신체 위험이 임박했거나 진행 중일 때 발령된다.

지령을 받은 지구대 경찰관들은 인천시의 한 오피스텔로 출동하면서 20대 여성인 신고자 A씨와 통화를 했다. 그러나 A씨는 “잘못 눌렀다”고 울먹이며 “신고를 취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함께 있는 사람의 강압에 못 이겨 신고를 취소하려 하는 것으로 판단해 “안전한지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한다”며 설득해 정확한 주소를 확인한 후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이 초인종을 누르자 문을 연 사람은 20대 남성 B씨였다. 그는 아무 일이 없었다며 태연하게 행동했으나 경찰의 눈에는 신고자 A씨의 모습이 들어왔다. 방안에서 울고 있던 A씨는 현관문 쪽으로 나오면서 B씨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소리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만 “살려주세요”라며 도움을 청했다

이에 A씨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온 경찰은 A씨가 B씨에게 본 피해를 확인한 뒤 B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했다. B씨는 전 여자친구인 A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말다툼을 벌이다 A씨의 얼굴을 때리고 흉기로 한 차례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B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A씨 집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A씨에게 치료비와 심리상담도 지원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같은 ‘무응답 신고’는 사소한 단서라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긴급상황으로 판단되면 자동위치추적 및 긴급코드 발령 등으로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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